北 ‘상봉 중단’ 그 다음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대남 카드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가 쌀·비료 지원을 6자 회담 복귀와 연계시킨 데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면 남측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북한은 앞으로도 남북 관계 전반에서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하는 것을 차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선 당국 간 대화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2004년 우리 정부가 동남아시아에서 400여명의 탈북자를 데려오자 북한은 장관급회담, 경제협력위원회, 적십자회담 등을 중단시켰고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방문조차 불허했다. 이로 인해 남북은 1년 가까이 공식 접촉이 없었다.

북한은 더 나아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중단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 두 사업은 북한의 소득원이기 때문에 쉽게 중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과거처럼 비공식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두 사업은 북한이 합법적으로 경화(硬貨)를 벌어들이는 얼마 안 되는 통로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자기네 지렛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중단해도 북한보다 남한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사업을 통해 연간 20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얻고 있지만 당장 끊더라도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액수가 아니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군부 주변에선 ‘휴전선을 내줬더니 쥐꼬리만도 못한 돈만 들어오고 있다’는 식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의 전체 구조를 모르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 두 가지 사업 중지를 선언하면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 국내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대로 간다는 철학이 아니면 개성공단이 되겠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또 정부를 믿고 투자를 한 기업들이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도발하는 식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도 있다./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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