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간 불화를 더할 것으로 우려했던 워싱턴의 정책 집단은 노무현 정부가 최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의 위협에 맞서 대북(對北) 식량 원조를 중단하고 강경 입장을 보인 것에 고무됐다.

그러나 미국의 관측통들은 한·미 전략 관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칠, 한국의 또 다른 경향에 걱정한다. 일본 문제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대일(對日)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려는 듯하다. 세계의 관심이 평양의 미사일 발사에 쏠려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한국의 주적(主敵)은 일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반응에, 노무현 정부는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발사 자체에 대해선 공식적인 침묵을 지켰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이 선제공격할 경우 합헌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은 실제 공격 능력보다 일본의 취약성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내재적 공격성향을 드러낸다며 비판했다.

그동안 한국의 반일(反日)감정은 인내와 비전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것이 한국의 광범위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한국 지도부에 의해서 통제돼 왔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정치·군사적 태세와 퉁명스러운 수사(修辭)를 사용하는 한국 지도부는 대일 적개심을 제도화한다.

이는 지역 안정 측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북한이 부산의 장관급 회담장을 빠져나오며 북한의 선군(先軍)정치가 한반도의 공동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성난 반응을 보면서,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한국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오판을 했을 수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야스쿠니·독도 등의 문제에서 미국이 침묵하는 것을 일본 편을 든다고 해석한다. 이는 틀린 것이다. 어느 편을 드는 것은 미국의 이해에 부합되지 않는다. 한·일 두 나라가 극단적인 악의(惡意) 없이 차이점을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일부 한국인들은 사석에서 워싱턴이 한국이나 일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미국이 일본과 가까워질 경우 한국은 중국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그런 선택을 원치 않는다. 미국은 사실 동북아에서 그런 불화를 막으려고 60년간 노력했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이런 식으로 향후 전략적 상황을 본다면, 한미 동맹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것이다. 일본의 실제 침략이 없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보를 복잡하게 만드는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그건 워싱턴이나 도쿄가 한 것이 아니라 서울이 택한 것이다.

많은 일본 지도층은 솔직히 노무현 정부를 이제 무시하고,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양국 관계는 많이 훼손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계속 되면,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혜택을 받은 동북아의 전략적 구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과거의 대일 감정만큼이나 미래에 대한 냉철한 국익 계산에 의해 결정되기를 희망한다./ 데릭 미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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