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우려·비판·분노 뒤섞인 목소리

북한이 19일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히자 국내 이산가족 및 납북자 단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일부에서는 북한의 일방적 중단에 대해 분노감을 표시하며 현재와 같은 방식인 일회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명권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사무총장= 10만명이나 되는 고령 이산가족들이 추첨을 통해 100명씩, 연간 몇 백명씩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도 일회성으로 끝나 다시는 못만난다.

북한이 생사확인도 제대로 안해주면서 ’우리민족끼리’를 말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나마 한 번 만나라도 보겠다고 신청했는데 결국 이런 지경이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영관 이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예상됐던 일로 북측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니깐 생떼를 쓰는 것이다.

실향민의 입장에서는 일과성,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비료나 쌀을 상봉의 대가로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북한은 대화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된다.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최고의 사안인 이산가족을 볼모로 삼아 이런 식으로 상봉을 일방 중단해서는 안된다.

이산가족에게 사과하고 발표를 철회해야 할 뿐 아니라 정기적인 상봉 약속을 즉각 예정대로 이행해야 한다.

▲최우영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 이미 2000년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하면서 이산가족문제와 납북자 문제는 인도적으로 풀어나가기로 북측도 합의하고서 이렇게 합의를 뒤집으니 당혹스럽다.

북한이 이제는 좀 더 신사적으로 이 문제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북한이 저렇게 하는 것에 대해 납북자 가족이나 이산가족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반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인 만큼 이제는 좀 더 잘 남쪽의 정세를 판단했으면 좋겠다.

▲납북 김영남씨 누나 김영자씨=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만 이산가족이 희망을 갖고 기다렸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이 어쩌면 우리보다 더 클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한 달을 기다렸는데 안타깝다. 가슴 아프지만 희망 잃지 않고 재상봉 준비하고 기다릴 것이다.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고 살아 있다는 것 확인했으니 내년이라도 다시 볼 기회가 있을 거라 본다.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 답답하다.

지난번 장관급회담에서 정치·군사적 문제를 주로 다루고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민족 협력의 최소한의 기반과 인도주의적 교류는 유지돼야 한다.

식량과 비료 문제는 북한 주민의 삶과 관련돼 있어 정치·군사적 문제와 구분해 다뤄야 한다.

또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이 관례적으로 신뢰를 쌓는 계기인데 중단되거나 거부돼서는 안된다.

양측 당국이 조금 더 냉정을 되찾고 협력적 자세를 복원해야 한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인도주의적 협력과 합의 정신을 흔들림없이 갖고 가자는 입장을 줄곧 얘기했는데, 안타깝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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