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사전에 몰랐을수도

북한 내에서 대남·대외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대남), 외무성(대외)이다. 이 두 기관이 남북협상과 6자회담 등을 주관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이 북한 군부에 완전히 종속돼 힘을 전혀 못 쓰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과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적지 않다. 북한 외무성은 유엔 대북결의 직후인 16일 성명에서 “위임에 따라 천명한다”고 했는데, 국방위원회 결정에 따라 성명을 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한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 UC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도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가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사일 발사 같은 문제를 외무성과 사전 조율도 없이 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요즘 북한 관계자들 동향을 보면 외무성이 노동당이 아니라 군부 눈치만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3일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군부가 써준 대로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북한 군부의 힘이 너무 커졌다”며 “문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추가 발사 움직임 같은 오판을 오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기존 기관 대신) 군부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요즘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은 절충안이 사라져 항상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군부의 막바지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군이 막강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제 군이 막바지에 몰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 상황은 그만큼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길재 경남대 교수는 “북한 군부가 외무성과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누르고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며 “북한 군부는 당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고 독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적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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