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사停戰정전협정체결 이후 납북피해자 구제·지원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은 우선 “국가는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해야 할 責務책무를 지고 있다”고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국가는 자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법을 새삼스럽게 정해야 하는 우리 처지가 딱한 것이다.

또 이 법은 정부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拉北납북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가족과, 납북돼 3년 넘게 북한에 머물다 남한으로 돌아온 사람과 가족에게 피해救濟金구제금을 비롯한 여러 보상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가 分斷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납북자와 가족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다.

6·25전쟁이 끝난 뒤 납북된 사람은 3790명으로 집계돼 있다.

이 중 3305명은 돌아왔지만 나머지 485명은 여전히 북한에 抑留억류돼 있고 그들을 기다리는 남쪽의 직계 가족이 3000명에 이른다. 납북자와 가족은 민족 분단과 북한 冒險主義모험주의의 최대 희생자들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自國民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 의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면서도 납북자 가족들을 학대하거나 방치했다.

남북 대결구도에선 납북자 가족들을 ‘잠재적 빨갱이’로 낙인 찍어 감시하고, 緣坐制연좌제를 적용해 취직 길까지 막았고 해마다 수십만t의 쌀과 비료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남북 대화시대에도 “북한이 싫어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납북자’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남북회담에서 ‘전쟁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납북자문제를 다루는 시늉만 냈을 뿐이다.

이번 法案법안도 납북자 가족들이 2004년 단식 농성을 비롯해 피눈물 어린 호소와 탄원 끝에 얻어낸 ‘투쟁의 결과’다.


납북자 가족들은 정부가 주는 몇 푼 돈보다 북에 묶여 있는 가족의 生死생사를 알고 그들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는 걸 더 간절히 원한다. 정부는 납북자 가족들의 바로 이 恨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납북자 송환을 실질적으로 요구하고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북자 송환과 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한다’는 뒤늦은 反省文반성문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전쟁 중 납북자 문제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우선 당국에서 신원을 확인했다는 국군포로 550여 명의 송환 요구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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