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발사 준비 움직임이 오래 진행돼온 만큼 그 사이에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나 미사일 발사전 경고단계에선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부터 북한과 양자간 관계에서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선 일본의 격앙된 목소리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이를 지지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발사전 단계에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선제타격론을 딕 체니 부통령이 나서 일축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북한의 지도자”라고 호칭하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경고가 아니라 권고”라거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북미 양자대화라는 “병행 선로”도 있다고 말하는 등 온건·유연 대응 외관을 유지했다.

이 덕분에 과거 북한의 도발적인 언사나 행동에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하 표현을 쓰는 등으로 인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양비론의 대상이 됐던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가 북미 담판을 원하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해석은 거부하고 “군사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발사할 경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으며 반드시 ’결과물’이 있을 것”임을 거듭 경고함으로써 대북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다짐한 ’결과물’과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18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일본은 즉각 대북 제재를 시행했으나 미국은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 “안보리 결의와 관계없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할 조치를 검토해온 만큼 곧 이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상당기간이 지났으므로 미국의 대북 조치가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을 방문하고 다음 방문국으로 떠난 스튜어트 레비 재무차관의 아시아 순방 결과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다자간 후속조치가 미국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전에라도 미국이 준비해온 대북 압박조치들이 곧 시행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금융제재·거래금지·자산동결 =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제재가 북한에 미친 예상 외의 충격을 보고 “연구 교재감”이라고 만족해 한 미 재무부는 이미 싱가포르, 호주 등의 일부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도 파악,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거래를 한 혐의가 있다며 북한 법인과 북한과 거래 관계의 중국 등 기업에 대한 미국내 자산동결과 미국 기업·은행과의 거래 금지 조치를 취해온 만큼, 이들 조치 대상을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이날 이란 기업 2개에 대해 추가로 금융제재를 취했다.

안보리 결의는 이란과 시리아 등 북한과 핵이나 미사일 협력·거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들과 북한간 관계 차단 노력도 명시하고 있다.

◇컨테이너보안조치(CSI) = 미국은 2003년 8월부터 부산항에 자국 세관원을 파견, 화물선 컨테이너 등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CSI의 확대 시행을 추진중이다.

CSI의 명분은, 예컨대 북한에서 제조되는 위조담배의 경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항구를 거쳐 전 세계로 수송되므로 북한 항구에서 나오는 컨테이너가 국제 해상수송망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이들 나라 기항지에서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은 북한의 불법수입 차단을 위해 “북한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첫 기착 국제항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하고, 이에 참여하지 않는 국제항의 경우 그 항구에서 출발하는 모든 화물의 미국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CSI 강화를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자국 세관원의 증원 파견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확산방지구상(PSI) = 공해상에서 미사일이나 WMD 관련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을 하는 PSI에 대해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후에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대북 압박용으로 거론하면서 성과를 자랑해온 만큼 PSI의 강화는 당연히 예상된다.

특히 PSI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한국 등도 모두 합쳐 “지원국이 80개국 가까이 된다”고 로버트 조셉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이날 핵 테러리즘 대책에 관한 한 연설에서 밝혔다.

조셉 차관은 이란과 북한을 명시해 “테러지원국으로부터의 점증하는 핵위협”을 강조하면서 PSI의 지속적인 강화와 최근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세계핵테러리즘저지구상(GICNT)의 적극 추진 방침을 밝혔다.

◇대북 경제제재 부활 =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9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용의”에 따라 대북 금수를 대부분 해제하겠다고 발표하고 2000년 6월 실행된 조치들이 부활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금수 해제 조치의 배경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에 있었으므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이를 복원할 명분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미하나마 확대돼온 북미 통상관계가 부시 행정부 출범 이래 위축돼온 만큼 이들 금수조치가 부활된다고 해서 북한에 특별히 추가되는 충격은 없겠지만 상징성은 있다.

2000년 대북 금수해제에는 많은 품목에 대한 대북 수출허가 폐지, 원천금지됐던 상무부 수출통제품목(CCL) 일부에 대한 사안별 허용, 북한 여행 허용,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상한액 해제 등이 있다.

그러나 반테러나 반확산을 위한 대북 금수는 지속됐으며, 테러지원을 이유로 한 미국내 북한 자산 3천200만달러에 대한 동결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1950년 인민군의 남침 3일만에 북한을 국가안보에 위협을 제기하는 나라로 규정, 상무부가 전면적인 금수조치를 함으로써 대북 경제제재를 시작한 이래 공산주의 국가, 테러지원국가, WMD 확산 국가 등 4가지를 이유로 미 국내법상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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