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민족문학인협회 29일 공식 출범
“해방 후 처음 조직된 단일 민간조직”


“’6.15민족문학인협회’는 해방 후 처음으로 구성되는 민족문학인 단일조직이자 문학적 경향성을 초월하는 범 문단 조직으로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내외 정세 속에서 민족 평화를 위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남북한 문학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가 29일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남북 작가들이 단일 협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뒤 무려 1년여 만에 거둔 결실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는 작년 7월 평양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에서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협회 결성을 적극 추진해왔다.

같은 해 10월 작가회의는 북측의 조선작가동맹과 수차례 접촉하며 협의를 거친 끝에 11월 협회 구성을 위한 남북한 조직위원회를 결성하고 연말께에는 협회 결성식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순조롭던 작업은 해외 동포 문인들의 참가문제가 불거지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남측은 북한이 해외 동포 문인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치성을 지향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고, 북측은 남측 문인들이 지나친 문학지상주의를 내세워 해외 인사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작가회의 관계자는 “그러나 해외문인들을 만나 일단 남북이 단일협회를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막바지 실무 회담이 한창이던 이달 5일에는 북한 미사일 사태가 터지면서 작가회의 내부에서 ’그만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급박한 상황도 있었다.

이번 협회 구성은 분단 이후 첫 남북 공동 문학인단체인데다 남북한 민간 단체가 주축이 돼 결성한 첫 남북 공동 단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참여 문인 구성도 다양하다.

남한의 경우 작가회의(10명)를 주축으로 한국문인협회(10명), 문인단체에 소속하지 않은 문인 10명 등으로 구성됐고(회장단 제외), 북측에서 나름대로 범 문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회의 관계자는 “남북한 교류사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민간인 단일조직이 출현하게 됐다”며 “앞으로 남북 간에 전개될 모든 문화예술교류의 차원과 형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현재 북측과 합의된 것은 ’6.15민족문학인협회’를 출범시켜 통일문학상을 제정하고 협회 기관지를 발행하겠다는 큰 틀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미묘한 문제는 협회 기관지 발간에 관한 사항.

남북한 문학에 있어 상당한 이질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당국 검열을 통과하고 남북한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할 것인가 하는 점은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내용 검열의 문제, 인쇄문제, 맞춤법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며 “되도록 새로 쓴 작품보다 기존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협회장을 맡은 고은 시인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듯 갑자기 통일이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돌아다보면 통일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통일을 꿈꾼다”며 “티끌이 더해져 싹이 생겨나듯 우리들의 작은 행위가 언젠가는 큰 바위를 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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