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도로가 완전히 침수된 강원도 원산시내의 모습./연합

북한도 이번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관영 조선중앙 TV는 지난 16일 “대동강에 16년 만에 큰물(홍수)이 났다”고 보도했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평양(227㎜)·양덕(485㎜)·평강(382㎜), 개성(366㎜)·맹산(301㎜)·원산(300㎜)·북창(260㎜) 등 평안남·북, 황해남·북, 강원도 등 거의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현재까지 집계된 북한의 이번 집중 호우는, 1995~96년의 수해 때보다는 심하지 않다. 당시에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북한 평북 지방에 수차례에 걸쳐 시간당 600㎜의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북한 최대의 수풍댐이 범람했고 신의주 시내 2층 아파트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의 비 피해가 완전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보다 적은 비가 와도 피해 규모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는 “당시 홍수로 산에서 씻겨 내려온 흙이 강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고, 강줄기 곳곳이 흙으로 막혀 있어 제대로 배수가 안 된다”며 “북한처럼 강 바닥이 높고 강폭이 좁은 상황에서는 약 200㎜의 집중 호우만으로도 큰 피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는 최근의 미사일 사태 등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북한이 비 피해를 당한 상태에서 ‘미사일 추가 발사’ 같은 도발을 또 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북한 식량 사정도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집중 호우가 없더라도 올해 최소 필요 식량의 80만~100만t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50만t의 쌀 지원을 유보시켰고, 중국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홍수 피해까지 겹친다면 북한의 어려움은 크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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