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核위협… 외교고립 자초
세대교체 뒤집고 강경파들 득세


미사일 발사 강행, 중국대표단 면담 거부 등을 놓고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거꾸로 가기’식(式) 통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0년 이후 김 위원장은 한때 국제사회 진입 노력과 남북 관계 개선, 내부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평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을 모두 거꾸로 돌려놓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외교다. 북한은 2000년 조명록 차수 미국 방문, 서방 10여 개국과 수교, 2002년 일본과 정상회담 등의 외교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2002년 미국의 악의축 발언 이후 핵 보유 선언, 미사일 발사 강행 등 국제사회에 막말과 위협을 반복하는 ‘벼랑 끝 전술’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북한 외교는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 결의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대표단을 만나지도 않는 등 ‘외교적 고립’도 자초했다.

남북관계에서도 김 위원장은 경제협력과 교류 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참관지 제한 철폐 등 ‘근본문제 해결 우선’을 내세우며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전 분야에서 거꾸로 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일 체제 공식 출범 이후 한동안 세대교체에 주력했으나, 올들어 체제 위기를 우려한 듯 다시 은퇴한 노간부와 군부 인사들을 기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분야에서도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신의주 특구 지정 등 다양한 개혁 정책을 선보였으나 최근에는 시장에서 식량거래 금지, 개인 경작물 국가 수매 등 과거 회귀적인 정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환경이 어려워지자 김 위원장 주변에서 개혁파 대신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 같다”며 “부시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는 지금의 버티기 전략을 지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