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설득 안통하자 김정일에 ‘피로감’
‘혁명후 세대’끼리 동지적 유대감 약해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선진 8개국) 회담 도중 별도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정권 자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재정 압박 등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대북 결의에 동참함에 따라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안보리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와 관련, 중국 정부연구소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후진타오 주석 등 4세대 지도부의 김정일관(觀)과 대북관이 투영된 외교행위”라며 “중국 지도부의 ‘대북 피로감’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 입장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포기할 수 없고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책임까지 계속 손상시키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설명했다.

후 주석은 이전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의 폐쇄적인 국가 운영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가령 지난해 10월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 면전에서 만찬사의 절반 이상을 중국의 발전상과 개혁·개방의 성과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답방 형식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개혁·개방의 1번지’라 할 수 있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선전(深?)으로 김 위원장을 안내했다.

후 주석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 등 과거 지도자와 다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6·25 때 중공군의 참전을 결정한 혁명세대인 데다 김일성과 교류한 세대이다.

장쩌민 전 주석도 항일 투쟁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은 혁명 후세대이며, 그가 상대하는 김정일 위원장 역시 혁명 후세대이다.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해 사회주의 연대 의식이나 혁명 동지로서의 의무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학 교수는 “중국 스스로 ‘특수 국가’에서 국제정치의 정상적인 룰을 따르는 ‘보통국가’로 변하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특수관계’고리는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후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의 대북관계 무게중심도 정치·군사 교류에서 경제 교류와 협력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최근 몇 년 사이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상호 방문에서 협의된 주내용은 경제 분야의 교류 확대였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이 나진항 공동 개발과 광산 개발, 해상 석유 공동 탐사 등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인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중국 입장의 본질은 군사적 제재 가능성이 있는 ‘유엔헌장 7항’을 삭제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전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의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의 ‘전략적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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