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 50년 만에 처음으로 주도권을 발휘했다. 일본 외교의 쾌거다.”일본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대해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고위간부는 “일본이 안보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일본 공산당까지도 “결의안은 유효하며 사리에 맞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나라 전체가 들뜬 분위기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아사히(朝日) 신문만이 유독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일본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최대부수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자에서 “1956년 유엔 가입 반세기 만에 유엔외교 무대에서 일찍이 없던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자신감은 앞으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경외교를 주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전 태국대사는 “미·일은 결의안으로 유엔에서 대북제재의 ‘보증’을 얻었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오코노키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 교수는 “일본 주도 결의안에 중국 러시아 한국이 강하게 반대한 것은 일·러 전쟁 이래의 ‘지정학적인 벽’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의안 통과 과정에서 미·일은 ‘찰떡 궁합’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지난 11일 중동방문차 출국직전에 아베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에게 “마지막까지 버텨달라”라는 한마디를 주문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게 “고이즈미 총리를 어렵게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결의안 채택이 거의 확정된 16일 새벽,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베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외교의 위대한 성과이자 승리”라고 치켜세우며 유엔헌장 7장이 빠진 비난결의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고, 이에 아베 장관은 “결의안에 구속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서 이를 수용했다./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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