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은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對北) 결의안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도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강한 응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시종 일본이 주도했던 결의안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일본이 막판 구속력을 명문화한 유엔헌장 7장 원용을 포기하고 '비난 결의안'을 수용한 것은 미국 정부의 강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 북한에는 무거운 경고 =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제재 결의가 아닌 비난 결의가 됐어도 그 의미는 크다"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일치해 북한에 대한 장애물을 하나 없앴기 때문으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거나 핵개발을 추진한다면 유엔은 더욱 강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추가 대북 제재조치 및 각국과의 협력강화 대책을 검토토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며 "자금세탁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해외 은행계좌와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자민당이 검토하고 있는 '금융제재 법안'도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번 대북결의안에 대해 "북한의 체면은 크게 구겨졌고 결의의 실제 효과도 적지 않다"며 "북한이 '만회'를 위해 다시 대포동 2호 발사 등 위험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첫 유엔결의안 주도 성공', '美 요구에 굴복 한계 노정' =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제재 결의'의 상징인 유엔헌장 7장의 주장을 결국 접은 것은 미국의 설득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및 이란 핵문제에 관한 보조를 맞추고 싶은 러시아와의 관계유지를 우선했다는 것이다.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미국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가 일치된 메시지를 발표한 성과를 강조하지만 고집해왔던 유엔헌장 7장에 따른 한 제재는 막판에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일본의 유엔외교의 한계를 노정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무성의 다른 간부는 "일본이 안보리 중심적 역할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956년 유엔 가입으로부터 반세기, 이번 결의를 둘러싼 유엔 외교의 무대에서 일본은 일찍이 없었던 존재감을 발휘했다"며 "일본은 제재를 포함한 강력한 내용의 결의가 채택돼야 한다고 집요하게 호소, 막판까지 강경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고 평했다.

◇ 고이즈미 "버텨라", 부시 "고이즈미 곤란케 말라"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중동 출발 직전에 아베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에게 "마지막까지 버텨달라"라는 한마디를 주문했다고 한다 .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게 "고이즈미 총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결의안' 채택에 이른 것은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쌓아온 '일-미의 유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북결의안 채택 직전인 16일 새벽 아베 장관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일본 외교의 위대한 성과이자 승리"라며 "여기까지 달성할 수 있게 됐다. (7장에 대신하는) 문구는 구속력이 있고, 위협에 대한 인정도 있다"며 7장이 빠진 비난 결의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아베 장관은 "그렇다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속력이 있음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며 받아들였다.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아소 외상이 전화회담을 가졌다. 라이스 장관은 '일본의 외교노력'을 칭찬하면서 "결의의 구속력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싶다. 7장이 없어도 정말 괜찮은가. 그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일본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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