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있다.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하고 아울러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감시하고 미사일 및 미사일 관련 물품이나 기술을 북한으로부터 구매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연합

북한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해온 중국이 북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중국은 이번에 유엔 안보리에 대북 결의안을 자체적으로 냈고, 표결에서도 찬성했다.

과거의 중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지난 6월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까지 나서 북한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촉구했으나, 북한은 이를 외면했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의 친선 대표단과 면담도 거부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북한 친선대표단을 만난 것을 고려할 때 중국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사태 이후 중국·북한 관계가 최악의 냉각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면 북한 문제에 대한 중재자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위험한 상황이다.

◆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국은 한국보다 휠씬 강력한 대북 카드들을 갖고 있다. 중국은 매년 20~3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하고, 매년 50만~60만t 수준의 원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카드는 이것만이 아니다. 김하중 주중대사는 지난해 2월 “북한의 외국 물자 70∼80%가 중국을 통해 들어온다”며 “중국이 도로 중 3개를 보수한다고 해 물자가 못 들어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느냐”고 반문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황 악화에 따라 대북 지원량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전면 중단으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이 원유나 식량 공급을 전면 차단하면 북한에 대한 통제 수단도 상실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호주 국립대 교수는 “중국은 전면적인 북한 압박은 안 할 것이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며 “중국이 공개 무역은 줄이더라도 변경 무역 등을 통해 현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지원 끊으면 북한 생존할 수 있나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는 북한 전체가 쓰는 원유의 70%라는 추산도 있는 만큼 중국이 지원을 차단하면 북한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은 2003년 3월에도 북한이 미국·중국과의 북핵 3자회담 참가를 거부하자 ‘기술상 문제’를 들어 대북 송유관을 며칠간 차단한 적이 있다.

북한 식량 사정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 쌀 50만t과 비료 10만t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올해 650만t(정량 배급 기준)의 식량이 필요한데 국내 생산량이 454만t에 불과하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남한에 이어 중국도 식량 지원을 끊거나 줄이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중국, 전략적 입장까지 바꾸지 않을 듯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에 북한에 경고를 보낸 것이고, 앞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과거의 중국 지도자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오판한 것 같다”며 “후 주석이 북한을 과거보다 거칠게 다룰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전략에서 이제 북한과의 관계보다 미국·일본과의 관계가 무겁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중국이 ‘이런 식이면 우리도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당장 원조 중단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북한이 중국의 세계 전략에 맞지 않는 행동을 계속하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린보(晉林波)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태연구실 주임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에 반발해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경우 중국이 계속 절충적인 입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조윤영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중관계는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이번 중국의 찬성도 북한과 조율했을 수 있다”며 “북한의 활용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극단적으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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