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북한 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대 모든 나라의 문제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 후 CNN에 출연한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한 이말은 대북 안보리 결의에 미국이 부여하는 의미를 압축하고 있다.

볼턴 대사는 안보리 이사국간 결의문안에 합의한 후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엔 이 결의를 북한의 모든 군사위협 요소에 대한 "봉쇄를 위한 주요한 걸음"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 대북 대화 뿐 아니라 대북 압박과 향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예상되는 대북 제재에서도 다자틀을 확고하게 구축하게 된 것이다. 다자틀은 6자회담을 넘어선 유엔 안보리다.

결의 내용면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동안 경고해온 대로 엄중한 '결과물'을 북한에 부과했을 뿐 아니라, 핵, 화학무기 등 북한의 모든 잠재적 군사위협 요소도 이 안보리 결의라는 그물에 한꺼번에 가두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전제조건없이" 즉각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고 9.19 공동성명을 이행토록 강력 촉구하는 문구도 결의에 포함시킴으로써, 북한이 대북 금융제재를 6자회담 복귀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가들이 이론을 제기하는 것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게다가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과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모든 종류의 거래를 하지 말도록 "요구"함으로써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나라와 그에 버금가는 나라들간 미사일과 핵협력까지 앞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대북 안보리 결의를 북한에 "금지선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대북 금지선의 존재를 부인하다가 유엔 결의에 즈음해 부시 대통령이 이를
공식화한 것은, 대북 금지선이 북.미 양자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다른 모든 세계와의 문제이므로 북한의 금지선 월경에 따른 조치 역시 북미 양자관계가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 전체와 관계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까지 이 결의가 북한의 금지선이라는 데 동의한 것도 미국으로선 만족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종국적으로 대북 군사조치까지 함축한 유엔 헌장 제7장에 대한 언급을 결의에 포함시키지는 못했지만, 이라크 예를 보더라도 안보리 결의는 어차피 먼길을 가게 돼 있으므로, 중국이 결의에 찬성토록 하는 압박카드로 십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결의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을 수행, 러시아를 방문중인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안보리 결의의 2대 목표를 북한이 하는 일들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이에 관해 국제사회가 "모두 한목소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결의에 100% 만족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문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때, 대북 협상론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강력한 결의를 하되, 미국이 안보리 결의를 손에 쥔 후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길을 터주기 위한 대북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 외교소식통은 "지금은 미국이 북한의 확산 위협을 막아야 한다는 안보리 결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각국별, 또는 협력국가간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국면"이라고 말해 앞으로 상당기간은 이런 기조와 어긋나는 미국의 대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순간, 앞으로 한반도에서 엄중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토록 북한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촉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 후 북한이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한 '안보리 결의 이행'을 명분으로 북한의 확산 위협을 막기 위한 자체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하도록 촉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간 관계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6.25때 미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 등 가느다랗게나마 있던 북미관계가 거의 모두 단절된 만큼 북미 양자관계에서 북한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치는 대북 조치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제재 후, 북한이 마카오가 아닌 다른 나라 금융기관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를 도모하고 있다며 혐의국들에 대해 간접 경고를 내온 만큼, 사실상의 대북 금융제재 망을 더 넓게 펼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당장 예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는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외교와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거론했던 확산방지구상(PSI)의 강화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발사하는 등 안보리 결의를 수용하지 않고 저항하는 몸짓을 할 경우 미국은 세계 "70여개국이 참여.지원하는" PSI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안보리 결의에서 '유엔헌장 7장'에 대한 언급이 빠짐으로써 미국의 대북 조치 출발점이 7장이 들어갔을 때에 비해 뒤로 밀리기는 했으나,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도전하는 행위 하나하나마다 결의를 위배하는 전과기록이 싸이게 돼 있어 종국적으론 각종 제재 결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미국은 확보한 셈이다.

북한에 드리워진 안보리 투망은 6자회담 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만 열어놓은 채 북한이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칠수록 더욱 조여들게 돼 있다.

볼턴 대사는 이 결의의 "내용, 문장, 표현을 보면 (제7장이 안들어갔어도)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미 의회가 입법할 때마다 헌법 제 몇조에 따르면 하는 식으로 조문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결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를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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