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강행 대통령·李통일 책임론

부산에서 열린 19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했던 북한 대표단이 종결회담 도중 밖에서 성명서를 배포하고 “남측은 모처럼 열린 장관급회담을 무산시키고 북남관계에 예측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가 발생한 데 민족 앞에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회담을 무산시킨 남측의 처사를 엄정하게 계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대표단은 “장관급회담은 결코 군사회담이 아니며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면서, “(우리가) 철수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측은 “남측은 첫날 회담에서부터 딴생각을 하며 불순한 목적을 추구했고, 회담 본연의 사명에 맞지 않는 상급회담 소관 밖의 문제들만 올려놓고, 우리 제안은 토론조차 거부했다”고 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발사문제는 “군부가 한 일이라 우리는 모른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남측 대중이 (김정일) 선군정치의 덕을 보고 있다”며 쌀 50만t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남북 장관급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고 북측의 선전장만 제공하는 등 회담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커짐에 따라, 다른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담 개최를 주장한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이 장관의 손을 들어준 노무현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회담 개최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결과는 차기 장관급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가 오히려 더 경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번에 회담을 연 것은 치명적인 판단 잘못으로, 노 대통령이 통일부장관 손을 들어 회담한다고 할 때부터 북한에 정치 선전장만 제공할 것이 뻔했다”고 말했다.

경남대 유길재 교수도 “이번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점은 예견할 수 있었고, 회담을 연기하는 것으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나았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회담을 해서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 정부를 어떻게 보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의 목표는 우리 생각을 정확하게 북측 지도부에 전달하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며 “이 정도 상황은 회담 전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부산=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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