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두달전부터 對北 제재안 준비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미·일 양국이 무력 사용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유엔헌장 7장에 바탕해 결의안을 작성한 사실도 지난 7일 이 결의안이 안보리에 제출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13일 “미국·일본은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표면화된 후, 한국 정부와 논의 없이 수주간 대북 결의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우리 정부에는 알리지 않은 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왔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조치로 유엔 안보리를 활용한 논리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우리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처음 파악한 것은 지난 6월 초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 당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반 장관에게 북한이 미국을 염두에 둔 대포동 2호 시험발사를 한다면,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미·일의 결의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정부의 한 당국자는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워낙 한국을 철저히 배제, 진전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5일 북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은 미국에 머물고 있었으나 미국측 당국자들로부터 결의안 내용을 설명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서울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미·일은 2개월에 가까운 공동작업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틀 뒤인 7일 즉각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제출했다. 양국은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에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14시간에 걸쳐 총 7발을 쏜 사실을 중시,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한 제재안을 내놓았다.

외교부는 지난 10일에야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서 결의안에 유엔헌장 7조가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미·일 대북 3각 공조에서 우리 정부가 ‘왕따’당하고 있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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