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용을 놓고 일본·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각각 짝을 이뤄 세(勢)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우리 정부의 입장과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 행위에 대한 조치’를 담은 유엔헌장 제7장을 인용한 일본판 결의안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판 결의안에서 유엔 헌장 제7장을 인용한 부분을 삭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촉구성’ 결의안을 새롭게 제시함에 따라 일본.미국, 중국·러시아가 각각 자기 입장이 담긴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안보리 안에서 팽팽한 세 대결을 펼치게 된 상황.

따라서 세 대결의 전개과정 속에 북한 미사일 문제의 당사국이라 할 우리가 어떤 외교적 입장을 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우선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상황전개 추이를 차분히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유엔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아 북한에 강한 목소리를 전달하되 그 형식과 구체적인 내용은 안보리의 결정에 따를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결의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안’은 빈칸으로 남겨둔 채 우리 목소리를 낼 기회를 보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국·러시아 결의안에 가깝지만 미국이 일본판 결의안을 지지하는 마당에 내놓고 한쪽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양 진영이 협의를 통해 절충성 결의안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 입장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지지하는 일본판 결의안이 내포한 유엔헌장 제7장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반대의사를 개진할 때도 우리 정부는 신중을 거듭해 입장을 정리했다.

대북 군사행동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유엔헌장 제7장을 인용하는데 대한 반대가 자칫 북한을 감싸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미·일과 등진 채 중국쪽 입장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미사일 문제는 물론 향후 북핵문제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한·미·일 공조의 틀이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정부가 일본판 결의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아 붙이게 될 일본의 ‘초강경’ 결의안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데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 중 상당수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안보리 안에서 일본판 결의안과 중·러판 결의안 간에 절충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양 세력간에 타협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도출되는지를 지켜보는 한편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할 방침이다.

그런 다음 우리 정부가 당사국으로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고 또한 우리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그때그때 외교적 경로를 통해 우리 입장을 밝힌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미 대북 결의안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 이사국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안보리내 협의과정 속에 필요할 경우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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