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현행 연합사령부체제에서 각각 독자적인 사령부를 창설하는 이원화체제로 지휘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웰 벨 연합사령관은 13일 국회안보포럼 주최 강연에서 “지난 10월 이후 한국이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유하고 미국이 지원역할로 전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2개 사령부, 즉 한미가 독자적인 사령부(independent wartime command)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단일 지휘구조인 연합사 체제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가지는 이원화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연합사가 해체되고 ’한국군 총괄지휘사령부’와 ’미군 총괄지휘사령부’를 각각 창설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벨 사령관 발언의 요점이다.

이 같은 방안은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1978년 창설된 연합사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릴 전망이다.

한미가 독자적 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연구한 배경은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방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군이 평시 뿐아니라 전시에도 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게 되면 현행 연합사체제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양국군 사령부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미는 1978년 연합사령부를 창설하면서 한반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령관이 갖도록 했다. 연합사령부체제는 전쟁이 발발하면 양국 정부의 위임을 받은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연합사를 대신해 각각의 총괄지휘사령부가 창설되고 난 뒤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발발하면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미군이 해.공군 전력 위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의 총괄지휘사령부가 합참과 별개 조직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합참이 떠안을 지는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군 총괄지휘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자연스럽게 맡게될 전망이다.

미군 총괄사령부는 향후 워싱턴에서 일본의 자마기지로 이전하는 육군 1군단사령부의 지휘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행 대장인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도 한 단계 낮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군-미군사령부 이원화 체제는 미.일 안전보장체제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병립형인 미.일 공동작전체제는 전.평시 각각 자국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다가 위기 및 전시에 원활한 작전협력을 위해 조정.협의기구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즉 각 국의 최고사령관 예하에 육.해.공군사령관을 두고 지휘토록 하되 ’미.일 공동계획검토위원회’라는 기구를 둬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병립체제는 단일지휘체제보다 연합작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양국 입장이 서로 달라 의견을 신속하게 조율할 수 없을 뿐더러 양국의 국익에 배치되면 신속한 공동작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벨 사령관이 이날 강연에서 미래 전쟁의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하고 한국이 미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분야가 사전에 설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원화체제로 간다면 유사시 미군 증원군과 전쟁물자를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 군 총괄지휘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은 지휘관계를 연구하면서 나온 것으로,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라면서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한미가 미사일방어(MD)체제를 공동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벨 사령관의 언급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MD체제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군 관계자들은 한반도의 지형여건 등을 이유로 그 실효성을 낮게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북한의 스커드미사일과 장사정포가 3~5분이면 중부권을 강타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사정포를 무작위로 쏘아댈 경우 이를 하나하나 요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군 관계들의 반응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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