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11일 숙소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 여장을 푼 이후 호텔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호텔 밖 음식점에서 갖는 공동 중식이 한 번도 없었고 남북회담 때마다 거의 등장하는 인근 명소에 대한 참관 일정마저 생략됐기 때문이다.

남북은 사흘 째인 13일에도 참관을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바깥 나들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숙소인 호텔 옆에 있는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간 것이 전부다. 누리마루에 만찬장과 회담장이 마련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호텔 방에 콕 틀어박혀 있는 이른바 ‘방콕’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저 호텔 창 밖으로 고스란히 들어오는 해운대 백사장의 풍광과 밤이면그 뒷편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것 같다.

이처럼 참관 없는 남북 회담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최근 회담을 되짚어 봐도 지난 달 초 서귀포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때는 여미지식물원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장관급회담 때는 김책공대 등을, 작년 12월 서귀포에서 개최된 제17차 장관급회담 당시에는 분재예술원을 참관했다.

작년 6월 제15차 장관급회담 때는 시위 첩보 때문에 남양주 종합촬영소 대신 잠실선착장으로 장소를 바꾼 적도 있지만 참관은 늘 회담의 주요 구성요소였다.

회담은 아니지만 지난 달 광주에서 열린 6.15 행사 때는 유달산을 둘러봤고 작년 서울에서 있었던 8.15 행사 때는 천년고도 경주를 1박2일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는 애초 부산에 있는 신발공장이 참관지로 거론됐었다.

북측이 받기를 희망하는 경공업 원자재 가운데 신발 원자재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면서 참관행사는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분위기가 무겁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로 대북 여론이 악화된 것과 이에 따른 경호문제도 판단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참관이 없어진 것은 북측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회담장 안팎에서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함께 세계적인 명소로 뜨고 있는 누리마루에서 북측 대표단이 회담과 만찬을 위해 수차례 방문한 만큼 그 이상의 참관이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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