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이틀째
작년 8·15 현충원 방문이 ‘노림수’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지도 요구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첫 남북대화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 전체회의가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려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가 환담하고 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12일 남북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는 남측은 미사일을 말하고 북측은 엉뚱한 주장을 하는 등 서로 초점이 맞지 않는 말을 계속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북측은 미사일 발사 사태엔 언급을 피하면서 상황에 맞지 않는 요구를 쏟아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는 정세 변화의 영향을 받지 말고 6·15공동선언 이행을 통해 정세를 위협하는 제반 요인을 제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 첫 번째 과제로 든 것이 오는 8·15 평양 행사 때 남측 대표단의 ‘성지(聖地)’ 방문을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의 성지란 김일성 주석 시신이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역사릉 등을 말하는 것이다. 북측은 “상대방의 체제와 존엄을 상징하는 성지와 명소, 참관지들을 제한없이 방문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같이 제의했다.

북한 대표단이 지난해 서울 8·15행사 때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은 전부터 참관지 제한 철폐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구체적으로 우리 대표단 방문까지 제의한 것이다.

미사일을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남측에 김일성 묘소를 참배하라고 요구하자 회담장 주변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남한 국민들이 선군 정치의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고개를 흔드는 분위기였다. 북한은 또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현재 정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측이 6자회담 복귀를 결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유관국의 만류에도 북측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매우 개탄스럽다”며 “6자회담에 지체 없이 복귀해 9·19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이 유관국뿐 아니라 북측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축구 선수가 자기는 위험한 플레이를 안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 선수, 심판, 다수의 관중이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한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자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사거리만큼 남북 간 거리도 멀어질 것”이라며 “북측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냉철히 판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남북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국제 사회의 대응도 보다 엄중해질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우리측은 또 지난달 광주 6·15 행사 전후로 북측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 발언을 계속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재차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요청했다.

북한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측 기조연설을 공개하면서 선군정치 언급 부분, 쌀 지원 요청 부분은 빼고 보도했다.
/부산=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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