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평행선...회담 재개 쉽지 않을듯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느냐의 열쇠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여부에 달렸다.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 북한의 회담 복귀를 설득했지만 아직은 아무런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하루 하루 연기해가며 압박하고 있으나 북한의 입장은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미국에 대한 대북 경제제재 조치 양보 요청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류 대변인은 12일 다음 주로 예정된 G8 정상회담 관련 설명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이 제재문제에 양보를 함으로써 6자회담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데다 이 문제에 관해 중국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첫 입장 표명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지 않는 한 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어떤 위협과 설득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국을 향한 중국의 양보 요청 발언은 결국 어떤 카드를 제시해도 북한의 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2일 미국의 이런 자세를 확인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이날 돈세탁을 포함한 제재조치에 대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돈세탁은 액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양자회담은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고 회담 복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속히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역사적 순간”에 있다고 말하고 “북한은 세계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더욱 고립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조속한 6자회담 복귀 결정을 촉구했다.

베이징-서울-도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돌연 베이징으로 되돌아 온 힐 차관보가 이틀만인 13일 귀국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 설득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은 현재 북한과 미국의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이처럼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평행선을 긋고 있어 북.미 양자 중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회담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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