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쌀 차관 50만t을 거듭 요구한 것을 두고 국내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은 불가하다며 막판까지 설득한 우리 정부를 완전 무시한 북한이 이제 와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쌀을 지원해 달라는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미사일 조짐이 심상치 않던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추가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북측은 지난 4월 18차 회담 때부터 쌀 50만t 지원을 요구했다.

북측이 거절당할 것이 뻔한 식량지원 요청을 왜 했을까.

우리 정부가 결국에는 쌀을 지원해 줄 것으로 믿은 것인지, 아니면 거부당할 것을 알면서도 체면을 구겨가면서 ’애원’할 만큼 식량사정이 절박한 것인지, 또는 다른 목적이 있는 협상용 카드인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가 쌀.비료 지원 중단시 예상되는 북측의 강한 반발과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부담을 우려해 결국에는 쌀을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차기 회담에서 쌀 지원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담에서 끈질기게 쌀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봤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남쪽에 요구한 것을 대부분 거부당함으로써 향후 대남 대응 폭을 넓히기 위한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북측의 식량난이 외부에는 ’뻔뻔스럽게’ 보일 정도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절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매년 600만명 분의 식량을 지원해 오던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지원이 190만명 분으로 대폭 줄었고, 특히 이번 미사일 사태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기류도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우리 정부로부터 50만t의 쌀을 지원받았던 북으로서는 또 한 번 남측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원은 “현재 봄 수확 작물로 버티고 있는 북한 당국이 보유한 쌀 비축분이 거의 바닥났을 것”이라면서 “남측의 쌀 지원 시기와 규모가 북한 당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의 식량 소요량은 연 650만t 정도로, 자체 생산량이 450만t이고 나머지는 우리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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