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로 ’고립’ 위기 속 ’민족공조’ 강조
위기 자초 후 민족공조 운운 설득력 떨어진다는 지적


북한이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를 통해 ’민족공조’를 이어가자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호웅 북측 단장은 이날 환담에서 “외부에서 오는 재앙이 우리 민족 내에 발을 붙일 자리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일본에 강점당할 때에도 하루는 친일, 하루는 친러로 갈려서 민족이 단합이 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권 단장은 전날 만찬에서도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말고 6.15의 길을 끝까지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문제 등을 논의하고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불쾌감을 피력하고 나섬에 따라 ’고립’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민족공조를 여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측에서 이번 회담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경제협력 문제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못박았음에도 북측 대표단이 남쪽으로 와서 회담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국제적 고립에 대한 ’퇴로’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던 것이 사실.

특히 과거 북한은 남북간 교류·협력 사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남측에서 제안한 협력사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던데 비해 이번에는 쌀 50만t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인 남북교류 사안까지 들고나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해 위기를 자초해 놓고 이제 와서 같은 민족이니 잘해보자는 식의 논리는 오히려 남측의 성난 민심만 자극하는 결과만 낳을 것으로 보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권호웅 북측 단장은 미사일 발사를 군을 중시하는 북한 특유의 ’선군(先軍)정치’논리로 포장하고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보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궤변을 주장함으로써 북한의 ’민족공조’ 주장이 남측에 의해 수용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북측의 논리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군사력 우선노선에 따른 ’선군정치’로 인해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영토적으로 연결된 남한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우산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셈이라는 것.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누가 남쪽에서 귀측에게 우리 안전을 지켜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며 “우리 안전을 도와주는 것은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하게 받아침에 따라 북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입장정리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도 그동안 주장해온 남북간 ’근본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요구하고 나섰다.

남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참관지 제한이 해제되고 외세와 합동군사연습이 중단되어야 하며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논리.

북한은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鄭東泳) 당시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 이후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축전 때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북간 체제차이로 인한 ’근본문제’의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민간급 사회문화교류 질서도 확고히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에 기반한 근본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남측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떼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같은 문제는 북측이 전체회의 기본발언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기조발언은 회담에 나서는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고 본격적인 협의와 논의는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단독접촉을 통해 이뤄진다”며 “지속적으로 북측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면서 6자회담 복귀와 미사일 재발사 포기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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