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태 넘어 ’대결국면’”…“북·미관계보다 더 나쁘다”
“미국에 편승, 선의 악용”…北, 철저한 ’왕따 전략’ 전망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의 강경대응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공식방문 중인 북한 김형준 외무성 부상은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북선제공격론과 관련, “국제법에도 맞지도 않고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을 세계에 다시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는 일본의 의도를 겨냥한 것으로 우리 정부와 중국의 우려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김 부상은 “오히려 일본이 식민지 통치기간 100만명의 조선인을 학살하는 등 각종 만행을 저질렀지만 아직까지 사죄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은 우리 공화국에 할 말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7일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는 방북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일 관계는 최악의 상태를 넘어 대결 국면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며 “북·미관계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지난 6일 “일본은 납치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줬음에도 자기의 의무는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적극 편승, 납치문제를 국제화하는 등 우리의 선의를 악용해 조·(북)일관계 전반을 원점에로 되돌려 세웠다”고 비난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12일 ’재침의 독이빨을 가는 군국주의세력’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미국과 결탁한 일본의 군사행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면서 “일본은 군사대국화, 해외팽창 야망 실현에 미쳐 날뛰고 있으며 일본군국주의 세력의 재침의 첫 대상은 우리나라(북한)”라고 말했다.

납치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 자살 및 가짜유골 사건으로 악화된 북·일 관계는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의 무모한 대응으로 인해 악화일로로 치닫는 형국이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미사일 문제 해법이나 협상의 국면에서 일본을 철저하게 배제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미 작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발표되기까지 일본을 ’왕따’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또 미국과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에 철저히 추종하는 일본’도 어차피 강경 입장에서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북한의 대일 외교 인식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라는 무모한 군사행동이 결국 일본 우익의 군비증강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협상을 하고 금융제재를 해제시키기 위해 빼든 ’히든 카드’가 오히려 북한이 평소 그토록 우려했던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에 빌미를 주고 더욱 큰 불을 당길 수 있다는 결과 쯤은 생각해 봤어야 한다는 것.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간 화해.협력의 시대를 연 김대중 전 대통령 마저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결과 미국의 네오콘들과 일본의 재무장 세력들이 절씨구나 하고 있다”고 지적한 의미를 깊이 되새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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