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고조 속 한.중 대북설득 노력 이어져
대북 강경 일본 ‘무시전략’도 재연될 듯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중의 발빠른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북한의 ’결단’으로 이뤄진 작년 7월의 구도가 재연될 수 있을지 희망섞인 기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04년 6월 열린 제3차 6자회담 이후 표면상으로 미국의 선핵포기 요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6자회담 테이블을 떠난 뒤 복귀를 미룬 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2004년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마감되고 외교수장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임명됐지만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의 반발은 거세져만 갔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2.10성명을 통해 핵보유를 선언했고 폐연료봉의 추가인출을 시도하면서 북핵위기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었다.

이어 5월에는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위기상황은 최고조에 달했다.

상황적 측면에서 올해 7월 한반도 상황은 작년과 유사하다.

북한은 작년 10월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담 이후 미국의 금융제재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회담 석상을 떠나 회담을 장기 공전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가적인 핵 활동은 아니지만 대량살상무기의 운반수단에 해당되는 장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함으로써 유엔 안보리가 대응책을 논의중이고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한.중의 외교적 노력도 작년과 닮은 꼴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우선 항일투쟁과 6.25전쟁 참전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가인 중국은 작년 2.10성명 이후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압박과 회유라는 정책을 병행했다.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은 2월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중국은 핵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4월 중국을 방문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서도 강한 톤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중국은 5월로 예정됐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북도 연기한 채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한반도의 위기국면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해소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북.중 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을 맞아 방북한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와 함께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평양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만나 “현재 조선반도 정세에서는 일부 새로운 복잡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선의 인방으로서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우리는 반도 정세에 긴장을 초래하는 모든 행동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감과 동시에 6자회담 복귀를 적극 촉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외교채널을 이용하고 있다면 한국이 가진 강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동되어온 장관급회담 채널.

작년 7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앞서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7 면담을 통해 ’중대 제안’ 등을 설명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고 김 위원장은 7월 중 복귀를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정동영 장관의 면담은 북한을 설득하는데도 한 몫을 했지만 북한의 정확한 입장을 미국 등에 전달함으로써 회담 재개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개최 여부를 놓고 저울질 해온 장관급회담이 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남북 간 대화채널이 북한을 설득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내외의 악화된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데 회담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긍정적 언급을 던져 남북 간 대화채널의 유용성을 확인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반도 위기상황과 한.중간의 노력이 작년과 닮아가는 가운데 일본이 철저하게 배제된 작년 6자회담 상황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다.

북한은 작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 과정에서 일본과의 양자접촉을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납치문제 해결 등에 성과를 기대하던 일본 대표단은 ’왕따’가 되고 말았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 제재 결의안 초안을 주도적으로 제출하고 선제공격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6자회담이 복귀하더라도 ’대 일본 무시 전략’을 통해 일본의 애간장을 태울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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