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대포동1호’때도 자위대강화 등 명분삼아
亞지역안보 주도하며 안보리상임 진출도 겨냥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무슨 이익을 얼마나 보기에 “김정일에게 고맙다”고까지 할까. “군사·국제정치적으로는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북한은 일본에 큰 선물을 준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 “50년 만에 오는 기회”

청와대는 선제공격 검토 등의 최근 일본측 발언이 “오만과 망발”이라고 하지만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도 지금 못지않았다. 자민당에 위기관리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대북 선제공격론’을 제기했다.

노로타 호세이 당시 방위청장관은 “일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훗날 방위청 장관이 된 나카타니 겐 의원은 “일본에 찾아온 50년 만의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에 앞서 95년 일본은 20년간 고치지 못했던 방위기본계획을 손봤다. 그전까지는 미군이 주(主)였고 일본 자위대는 보조였는데, 이 때 바꾼 계획에서 자위대가 일본 방위를 책임지는 체제로 바뀌었다. 이 역시 92∼94년 1차 북핵 위기 ‘덕택’이었다. 일본은 ‘군사대국화’ ‘보통국가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북한의 실책을 노려 이를 달성했던 것이다.

◆군사력 증강 호기

일본은 북한의 98년 도발 덕에 미사일방위(MD) 구상을 추진했다. 4기의 군사첩보위성도 개발·배치했다. 1척당 1조원이 넘는 이지스함 5척과 4대의 공중급유기, 대형 장거리수송기도 도입·개발했다. 고속미사일함 6척도 동해 쪽에 배치했다.

허남성 국방대 교수는 “일본은 이번에는 아·태지역에서 미군이 하던 일, 특히 동아시아 바닷길을 관리하는 역할을 자신들이 넘겨받는 수순을 밟아 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위대 역할을 ‘국가안보’에서 ‘국제안보’로 넓히려는 작업과도 연결된다. 또 첩보위성 추가 발사와 정보수집·분석 기관의 강화를 추진할 명분도 생겼다. MD 실전 배치 관련 예산 문제가 국내적으로 시빗거리였는데 이를 해결할 기회도 된다.

◆국제정치 영향력 확대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순히 북한 제재만을 노려서가 아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의 협의하에 북한 압박 역할을 함으로써 잠재적 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내지 못할 경우 일본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을 감싸면서 설득은 제대로 못하는 무책임한 국가”로 중국을 묶어둘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에서 지역 안보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주면서 작년에 실패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이용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일본 특파원은 “북한은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되면 앞으로 그만큼 더 일본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일본 정부는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은 동북아의 군사·정치적 대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 체제 정비

일본은 98년 미사일 발사 이후 유사법제(有事法制)를 정비했다. 당시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은 “일본이 ‘주권국가’로서 해야 할 일을 실현하는 것을 보다 쉽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북한의 안보 위협을 빌미로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국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던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신조 관방장관 그룹에는 국내정치에 활용할 좋은 소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의 야스쿠니 갈등을 푸는 외교적 카드로도 쓸 수 있다./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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