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에 초강수대응 나선 아베 日관방장관
고이즈미도 무색한 對北강경론자
中 몰아붙이기로 아시아 맹주 꿈

일본 각료들의 ‘대북 선제공격론’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11일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아베 신조(安倍晉三·52)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 정부는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국민 90% 이상의 대북제재 찬성여론을 등에 업고,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초강경 외교를 진두 지휘하는 인물이 아베 장관이다.

◆차기 총리 확실한 ‘대북 강경파’

아베 장관은 9월 퇴임하는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의 뒤를 이어 일본의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인물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뒷전에 물러서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뿐, 이미 ‘아베 외교’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5일, 아베 장관은 기자들의 새벽잠을 깨워 오전 6시15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하루 동안 4차례의 회견을 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도 아베가 밀어붙여 정부 공식방침으로 정해졌다.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가 “정말 경제제재를 포함한 강경책을 쓸 거냐”는 질문에 아베는 “걱정 말라”며 오히려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의 인기는 ‘요코다 메구미’ 납치의혹이 제기되면서 치솟기 시작했다. 그는 ‘납치피해자 지원 의원연맹’ 결성을 주도했고, 2002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고이즈미 총리와 동행, 김정일로부터 “(납치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전엔 평양선언에 서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북한 체제붕괴를 유도해야 한다” “김정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주장을 되풀이, 고이즈미보다 한술 더 뜨는 ‘대북 강경파’란 평가를 받는다.

요미우리 신문이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리 후보 5명 가운데 아베 장관에 대한 지지율은 45.6%의 지지를 얻어 6개월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지난달 43.7%에 비해 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중국 봉쇄’ 통한 ‘아시아패권’ 전략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베 장관은 미국의 한 외교잡지에 곧 발표될 논문에서 집권 시 외교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아베 독트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논문에서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미국·호주·인도 3개국과 연대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보편적 가치관의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가 집권할 경우 고이즈미 못지 않은 친미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는 또 중국에 대해선 “종교·언론자유가 압박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미국처럼 상대국을 ‘민주화’와 ‘인권’으로 따지는 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위협론’을 바탕으로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강한 보통국가’ 노선이 한층 강화돼, 한국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노무현 정권에 극히 부정적

한국에 대해선 그는 평소 “중요한 나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의 한국관은 1980년대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 ‘친한파’였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1924~1991) 전 외상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노무현 정권에 대해선 극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논문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그는 사석에서는 노무현 정권을 “친북 좌파정권”으로 호칭하고, 비공식 간담회에서 “한국의 지금 정권과는 무엇을 해도 안 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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