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의 ‘실제상황’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횟수는 두 차례 이상.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인 12일 오후와 다음날인 13일 오전에 회담이 예정돼 있다. 방식은 아직 협의 중이다. 우리 측은 수행원 5~7명이 배석하는 형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연설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각종 교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91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 중단 등도 우회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두 번째 회담에는 12일 밝힌 북한 측 입장에 대해 답변하는 한편, 평화공존 의지를 재천명할 것 같다. 김 대통령은 또 이날,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제의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초청할 것이 확실하다. 북한 측은 회담장에서 남북 당사자간 대화의 중요성과 함께 외세(외세) 배격의 필요성 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리 측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회담장에서는 양측 입장이 팽팽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전망했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오히려 이같은 두 차례의 공식 회담 이후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우리 측은 김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단독회담 제의를 검토 중이다. 경제협력 문제 등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측으로서도 비공개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통일부의 판단. 특히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의 ‘결단’이라는 형식으로 성과가 발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측은 실무접촉 과정에서 “어른들 일을 우리가 어떻게 사전에 얘기할 수 있느냐”며 회담 결과를 실무진이 사전에 협의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또 하나의 관심은 김정일 위원장이 불쑥 김 대통령을 찾는 형식의 정상회담이다. 바로 현대그룹 정주영(정주영) 명예회장이 98년 10월 소떼를 몰고 2차 방북했을 당시와 같은 경우다. 정부는 이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회담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 측 선발대는 현재 북한 측이 제시한 2곳(만수대의사당, 인민문화궁전)을 모두 검토 중이다. 우리 측은 일단 북한의 김일성(김일성) 전 주석이 주로 외빈을 만난 곳으로 우리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만수대의사당을 선호하고 있다. 두 곳을 한 차례씩 이용할 수도 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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