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울-도쿄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방을 마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왜 갑자기 베이징으로 발길을 돌렸을까.

당초 예정대로라면 12일까지 도쿄에서 머물다 워싱턴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그가 코스를 급히 변경해 이미 방문했던 베이징을 다시 찾았다는 것은 6자회담과 관련된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행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 부부장은 10일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가 이끄는 친선대표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친선대표단의 방문 목적은 북한에서 열리는 ’조.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체결 45주년 기념활동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 부부장은 이와 별도로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임무를 띠고 갔다.

힐 차관보의 베이징 재방문 소식이 확인된 것은 중국 시각으로 11일 새벽이다.

우 부부장이 평양에 도착한 10일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났다면 힐 차관보의 베이징 재방문 결정은 그 이후가 되는 셈이다.

긍정적인 쪽이든 부정적인 쪽이든 6자회담을 둘러싸고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우 부부장이 11일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과 같은 비행기편으로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하루 만에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북한측의 답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우 부부장과 재회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날 것 같지 않다. 그는 지금 평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우 부부장이 이날 베이징으로 귀환했는지 여부에 상관 없이 힐 차관보이 베이징으로 U턴한 것은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베이징에서 1박하며 중국의 다른 외교 관계자들과 북·중 협의 결과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하루 이틀 사이 6자회담 재개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중대한 고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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