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11∼14일)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11일 확인됨에 따라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 간 첫 대화가 성사됐다.

회담 개최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남북이 일단 얼굴을 맞대는 것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장기간 교착국면을 면치 못하는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일단 회담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의 의제를 ’미사일 발사 및 6자회담 복귀’로 한정한데다 북한이 관심을 가질 각종 지원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칫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선전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여러 불리한 여건을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회담 참가를 결정한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도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 어떤 대화 나누나 = 남북장관급회담은 현재 남북 간 비교적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화 중에서는 최고위급이다.

그만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부터 각종 경제협력 관련 사항과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까지 다루는 의제도 광범위하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이번 회담의 초점은 단 한가지로 좁혀졌다.

정부는 지난 7일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번 회담의 의제를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로 못박았다.

통상 회담이 시작된 뒤 의제와 쟁점 등이 명확해졌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한 데 따른 국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예정이던 쌀 50만t 차관 제공과 비료 10만t 추가 지원 등 대북 지원 문제는 정부가 이미 유보하기로 결정한 만큼 다루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에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고간 데 대한 우려를 표하고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한을 사정권으로 두는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점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시하며 따질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양자회담을 바라는 북한에게 ’6자회담에 복귀하면 양자협의를 할 수 있다’는 미국측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입장은 12일 전체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명확해지겠지만 우리가 사전에 의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상 미사일과 동떨어진 얘기를 공개석상에서 갑자기 꺼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상적 군사훈련’이라는 취지로 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다시 강조하는 등 회담을 전 세계를 향한 기자회견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막후접촉에서는 쌀과 비료 지원 재개를 우리 측에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회담 성과낼 수 있을까 =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측과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해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고 있다는 뜻이다.

북측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뭔가를 줘야 했던 그동안의 남북관계 특성상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이번 회담에서 원만하게 이야기가 풀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회담 날짜를 정해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비우호적인 회담 상황을 알면서도 참석했다는 점은 남측 대표단을 다소나마 고무하게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참가한 만큼 회담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상황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의제에 대해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참석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유보를 되돌리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식량난에 처해 있는 북한 입장에선 대북 식량 지원 유보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이번에 우리 정부가 지원을 보류한 쌀 50만t과 비료 10만t은 북한의 전체 식량 소요량의 10%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서 “공개적으로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막후로는 비료와 쌀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이번 회담에서 쌀과 비료 지원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긴 힘들지만 우리 측이 북한을 압박하는 유용한 카드로 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 사회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남한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북한은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들이 윤활유로 작용해 북한이 회담에서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고 공동보도문에 의미있는 문구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회담에 참가하는 북한의 최대 목적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당성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다시 주장하는 데 있다면 이번 회담은 지루한 설전만 계속될 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국내외에서 대북 강경 대응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남북대화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참여정부가 대북 화해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