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화 노골화, 한반도 긴장 증폭 의도 경고

청와대가 11일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는 ’ 대북 선제공격론’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은 일본이 북한 미사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번 국면을 틈타 한반도 및 동북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켜 군비확장과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고 보고, 이런 노골적인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가 북한이 지난 5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이후 한.일 외교 공조 등을 감안해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신중대응’ 기조를 유지해오다 이번에 공개리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일본 각료들의 잇따른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한 대응 문제가 논의된 이날 상황점검회의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한 사실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선제공격론의 정당성’ 공론화 시도에 대해 “도발적 망언”이라고 규정하며 청와대가 정면 대응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이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리 정부와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정치적 행위’로 보고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일본은 “호들갑을 떤다”는 표현처럼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일본은 미사일 발사 직후 북한 만경봉호 입항 금지 등 대북 제재조치를 신속하게 발표했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제출과 표결 처리에 주도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주도한 유엔의 대북 결의안은 군사적 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유엔헌장 7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결국 그 연장선에서 10일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비롯,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 등 일본 각료들이 미리 입을 맞춘 듯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선제공격론’까지 노골적으로 거론하며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로 가려 하고 있는데 대해 청와대로선 “그 자체가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며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은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차분한 대응으로 가려고 했지만 일본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분명히 할 말을 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해 “한반도에 대한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언급한 점도 청와대가 일본의 선제공격론을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이번 대응에는 특히 노 대통령이 지닌 역사인식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날 ‘대북 선제공격론’을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간주하면서 그 역사적 배경으로 과거 일본이 한반도에 거류하는 자국민 보호를 침략의 빌미로 삼았던 사실을 거론했다.

청와대는 또한 이런 인식을 토대로 일본이 또다른 ’도발행위’에 나설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한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 핵심 참모는 “지금 순간적으로는 위기로 보일지 모르나 결국 이런 것들이 평화로 가는 계기가 된다”며 “지금 하나하나 정리해놓고 가면 나중에 평화의 명분으로 축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문제가 자칫 지난해 일본의 ’독도 도발’로 빚어진 한일갈등을 넘어서는 제2의 외교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