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정부가 있기는 한 겁니까. 불법 시위를 일삼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인권을 외치더니 정작 나서야 할 때는 왜 침묵하는지요.”
중국에 수감 중인 인권운동가 최영훈씨의 기사가 보도된 10일, 아침부터 30여통의 이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남은 가족들을 돕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도 많았고, “도대체 이 정권 밑에서 뭘 기대할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의견도 있었다.
한 40대 남성 독자는 “중국법을 어겼으니 중국에서 처벌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문제는 자국민이 이러한 처지를 당했는데도 팔짱을 끼고 방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2003년 1월 중국 산둥성에서 탈북자 80여명의 탈출을 도우려다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벌써 4년째 복역 중이다.
함께 체포됐던 사진작가 석재현씨는 2004년 3월 석방돼 귀국했다. 석씨가 석방되면서 남은 사람은 잊혀졌다.
그 사이, 최씨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고혈압, 천식, 당뇨 때문에 몸무게는 25㎏ 정도 줄었다. 남은 가족의 삶도 힘겹다.
부인 김씨는 “먹고 살기 위해” 재봉 기술을 배웠고, 사춘기에 아버지와 떨어진 막내딸은 아빠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먹거린다.
김씨는 “중국의 법(法)을 지키려면 탈북자들을 외면해야 했지만, 자유를 찾아 목숨까지 내건 이들을 도울 수밖에 없었던 동포의 정(情)이 죄라면 죄”라고 항변했다.
독재시절, 인권을 위해 싸우다 투옥한 경력을 훈장처럼 자랑하는 현 정권이지만, 정작 탈북자의 고통을 보듬다 타국의 감옥에 갇힌 최씨는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최씨에게도 ‘햇볕’이 쪼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허윤희·사회부 ostina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