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 문제와 관련, 결의안을 제출한 일본 정부에 신중한 행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 지역정세를 해치는 도발행위라는 점에서 안보리에서 이를 비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평가하지만 대북 메시지는 단계적으로 취해져야 하며 너무 일방적으로 대북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일측에 전달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 전달은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기류에 ‘역행’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

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 중인 일본의 행보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7개국이 보조를 맞추고 있고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 대부분이 반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본에 신중행보를 촉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일본이 추진 중인 즉각적이고도 강경한 대북 제재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발사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박 및 항공기 안전상 지탄받을 소지가 크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사일과 관련한 국제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려운 마당에 강력한 제재조치부터 추진하는 것은 북한을 대책없이 벼랑 끝에 세울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통해 대북 제재에 곧바로 착수하기 보다는 의장성명 등으로 경고를 하면서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는 중간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현재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한·중·일·러 4개국 순방에서 보듯 6자회담 틀을 활용한 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깊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비공식 6자회담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설득하고 우리 정부도 같은 날 개막하는 남북 장관급회담을 통해 역시 북측에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같은 한중 양국의 대북 설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재 조치에 착수하는 것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우리 정부의 인식인 듯하다.

또한 정부는 각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느끼는 안보 위협의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의 주도로 국제여론이 움직이는데 대해서는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만 반대하더라도 대북 결의안은 통과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아래 일본이 대북 강경 제재만을 고집할 경우 유엔 차원의 단합된 목소리를 만들 수 없다는 논리도 곁들여 졌다.

정부가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일본에 신중행보를 촉구한 데는 대북 결의안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중국은 물론, 전세계 적지 않은 나라들이 대북 조치의 수위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보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안보리 결의안 채택 행보에 반대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카드라고는 보지 않는 국가들이 상당수 있다는게 우리 정부의 상황인식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에 이 같은 신중론을 피력하더라도 그것이 한미간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대처를 ’야단법석’이라고 지적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도 청와대의 지적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서 보듯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이 한일간 갈등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우리 정부가 남북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열기로 한데 이어 또 한번 우리 식 해법을 꺼내든 만큼 북한의 태도변화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대북 영향력은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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