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백악관 출입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10일자 인터넷판에 실린 분석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책을 폈던 제1기 집권때와는 달리 이라크 침공 후인 집권 2기에 들어 현실에 부합해 ‘인내’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어는 실례로 7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에서의 기자회견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방안과 관련, “외교문제의 경우 뭔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한데 이어 “사람들이 모두 같은 페이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등 재차 ‘인내’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언급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 절차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일련의 절차를 지켜본 뒤 다음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언급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악의 축’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세계의 가장 위험스러운 정권들이 파괴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도록 하지 않겠으며, 위기가 다가올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던 당시의 대외적인 독트린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생어는 “미국 대외정책의 레드라인, 핑크라인, 자주빛 라인 등은 점차 지워지는 잉크로 쓰여지는 것 같다”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일주일 전에 ‘수용불가’는 이미 ‘수용가’로 바뀌었다”고 비꼰 네오콘 대변지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이자 미국내 대표적 보수논객인 윌리엄 크리스톨의 지적을 칼럼에 담았다.

생어는 미 행정부가 2003년 1월 북한이 핵재처리를 위해 영변 5㎿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제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 추방에 이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했을 때 국제법을 어긴 적기(適期)였는데 ‘왜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실기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전했다.

생어는 이어 당시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가 더 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이라크 공격 카드를 선택했으나 “현재의 선택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는 전직 고위 외교관의 말도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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