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6者 거부땐 5자회담”

한·미 양국은 앞으로 북한이 북핵 6자회담 참가를 계속 거부할 경우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비슷한 대북정책을 펴기 위해 5자라도 모일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 압박에 효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8, 9일간 한국을 방문, 정부당국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정부당국자들이 지난달부터 적극 검토해온 사항이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부시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과 이 문제를 협의했고, 최근 정부의 고위당국자도 “5자회담 개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에게 이 방안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이 ‘6자회담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5자회담을 계속 검토 중인 것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기 때문”(정부 당국자)이다.

국제사회에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지키지 않는다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9·19성명은 북한이 적절한 보상을 받는 대신 모든 핵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10일 방북,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입장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중국 태도가 관건

5자회담 개최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이 찬성할 경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아직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나오지 않으면, 중국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한·미 양국의 판단이다.

중국은 그동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공개적으로 말렸음에도 불구, 사전통보없이 미사일을 쏜 북한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제의한 선양에서의 비공식 6자회담이 5자회담으로 바뀔 가능성도 예상했다.

5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를 막는 방안, 6자회담 개최에 대비한 실무그룹구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유엔 안보리 5개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을 제외한 채 회담을 갖고 이란 핵문제 해법을 논의한 것과 같은 패턴”이라며 “5자회담이 열리면 결국 북한에 대한 압박이 주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하원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