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계속해서 미사일 쏘고 핵무기 완성할 때까지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것
韓·美·日 긴밀히 뭉쳐야 북한이 협상테이블 나와
美행정부에 비둘기파 없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대응책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뒤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9일 오후 일본으로 떠나기 전 인터뷰했다. 힐 차관보는 “한국 정부의 대북 조치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한·미 간 이견을 이용하려는 북한에 기회를 주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다음은 문답요약.

―‘북한에 대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는데,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가.

“모든 관련국이 다 똑같은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일본은 북한 선박의 입항을 중단시켰다. 한국 정부는 대북 지원물자의 선적을 중단했고, 부산 장관급회담의 의제를 완전히 바꾸어 대북 지원 대신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중점 거론키로 했다. 따라서 한국도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걸 안다고 나는 본다. 하지만 미국 외교관으로서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한국에서 택시 안에서나 식당, 카페에서까지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걸로 안다.”

―중국에 대해 대북 송유관 차단 등을 요청했는가.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다만, 중국은 북한에 대단히 너그러운 지원을 계속해 왔는데,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단 하나의 요청을 북한이 어떻게 묵살할 수 있었다고 보는지, 설명을 좀 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계획을 사전에 중국에 통보했는가?

“그런 보도가 있었는데 완전 오보다. 중국은 사전에 몰랐고, 마찬가지로 놀랐다. (리자오싱)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느라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발사를 할 경우, 금융제재나 남북대화 중단 등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지난 9개월 동안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한목소리로 독촉해 왔는데, 대답은 미사일 발사였다. 그들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성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북한은 새삼 실험할 필요가 없는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미사일도 여러 발 발사했다. 이웃 나라를 위협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누가 우리를 위협할 때 우리는 그런 협박에 굴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UN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거라는데.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민들은 위협을 너무 느끼지 않는 반면에 일본인들은 위협을 너무 느낀다고 보는가.

“한국과 일본이 요즘보다 더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은 분명히 달랐지만, 역사적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이 긴밀히 뭉치면 뭉칠수록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응에 전적으로 만족하는가?

“내가 누구에게도 절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방법으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만족하는지 대답하기보다는, 내가 이번에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고 말하겠다. 우리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틈새만 보이면 북한은 이걸 이용하려 들 것이다. 나는 북한에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갖기로 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의 단절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한국인들의 심경을 이해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담에 나갈 수 있느냐는 견해도 있다는 걸 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논의를 위해서도 미국과 양자회담을 하자는데.

“북한은 6자회담을 회피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거라면, 양자회담을 열어 6자회담을 논의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미국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실패였다고 확신하는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40여초까지만 날린 것이라고 보는가.

“어느 쪽인지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수십 초 후에 추락했으니 실패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험이었다면 그래도 뭔가 값진 교훈을 얻기 때문에 실험을 한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실패라고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완전한 실패였다고 결론 내리기는 대단히 조심스럽다. 어떤 지점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 목적이었다면 그것은 실패였지만, 실험이었다면 그 내막을 누가 알겠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들이 더 이상 미국의 ‘포용 정책(engagement policy)’에 흥미가 없다는 뜻일까.

“지난 몇 년간 북한은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온갖 구실을 들고 나왔다. 나의 가장 큰 의문은 과연 북한이 진정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은 마카오 은행에 동결된 돈만 풀어주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 돈은 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만일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 합의를 이행하기만 한다면, 에너지 부문에만 국한해도 매주 그만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안 된다.”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있다는데 귀하는 어느 편을 선호하는가.

“우리에겐 비둘기파(doves)가 없다. 현실주의자들이(realists) 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에) 문제가 있고, 우리는 그걸 해결해야 한다.”
/글=김창기부국장 changkim@chosun.com
사진=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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