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11∼14.부산)을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북한이 이에 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장관급회담의 성격이 지금까지의 회담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에서는 우리 측 요구와 함께 비료 지원과 쌀 차관 지원 등 북측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있었지만 이번 회담은 정부가 미리 주 의제를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로 못박았다.

정부는 또 북측의 요구로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예정이던 쌀 50만t 차관 지원과 비료 10만t 추가 지원을 유보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이번 회담은 성격이 틀리다. ’주는(Giving)’ 회담이 아니다”고 밝히고 “첫날 기조연설에서도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 문제만 주로 들어있고 경협 등은 거의 안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미사일 회담’이 돼 버린 셈으로, 북한으로선 회담에 나서봤자 딱히 얻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껄끄러운 이슈만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가 장성급회담 연락관 접촉을 연기한 것을 지적하며 ’남측이 대화를 거절한다면 우리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회담을 연기해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벌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불참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 같은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담에 참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연대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남한과의 대화마저 단절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쌀과 비료의 지원이 절대적인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 단절로 남한과의 경색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도 한편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대포동2호의 발사 실패로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가 타격을 받고 대화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럴 경우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의제를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회담은 그대로 열릴 상황이었지만 (공개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제 공은 북측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북측의 참석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 당일에도 갑작스레 연기를 요청한 전례가 있는 점에 비춰 북한의 회담 참가 여부는 당일에 가서야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정부가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지난 6일에도 대표단 명단을 건네며 회담 참석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부가 의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정대로 회담이 열린다면 북측 대표단은 오는 11일 오후 평양을 출발, 동해직항로를 통해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측 대표단은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박진식 내각 참사, 맹경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
기국 부국장,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측에서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박병원 재경부 제 1차관, 유진룡 문화부 차관, 이관세 홍보관리실장, 유형호 통일부 국장 등이 참석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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