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 전경./조선일보DB

미사일 발사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마카오 동결자금 해제는 대화 재개의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미국이 BDA 은행의 동결자금을 풀면 회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북.미 양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대화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며 미국이 북한과 공존할 의사가 있는지가 관건이고 그것은 BDA 동결자금 해제 여부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은 이미 작년 11월 5차 6자회담 이후 BDA 동결자금이 해제되기 전에는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사일 발사라는 모험주의적 군사행동까지 벌여가면서 미국과 협상하려는 근저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BDA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내도 깔려 있는 셈이다.

정치적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자금이 북한에게는 사활이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월 BDA 은행의 동결조치를 “핏줄을 막아 우리(북)를 질식시키려는 제도말살행위”라고 표현한데서도 이 은행의 동결조치가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왜 그토록 BDA 은행 자금에 목을 매는 것일까.

현재 이 은행에 묶여있는 북한 자금은 2천4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노동당내 부서를 비롯해 주요 기관의 계좌 60여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의 비자금과 김 위원장 및 그 일가족의 생필품을 마련하는 노동당 38호실, 39호실, 서기실 등 비밀을 요하는 김 위원장의 주요 통치자금이 이 은행을 통해 거래됐으나 동결조치로 돈줄이 막혀버린 것.

또 노동당내 부서 외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주요 기관과 은행들도 BDA 은행을 자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조치는 가뜩이나 외자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천400만달러는 작년 북한 예산의 대략 1%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작년 북한의 예산액은 3천885억원으로 1달러당 143원으로 파악되고 있는 북한의 공식환율을 적용하면 미화로는 27억달러 정도다.

따라서 BDA에 묶인 돈 2천400만달러는 작년 예산의 0.89%에 이르는 액수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돈의 가치가 워낙 바닥을 헤매고 있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화는 1달러당 3천원에 육박하고 있어 공식환율을 적용한 비교는 BDA에 묶인 돈의 위력을 알기 어렵다.

작년 북한 예산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1달러당 3천원이라는 환율을 적용할 경우 1억2천만 달러에 불과하므로 시장환율을 적용하면 BDA에 묶인 북한의 자금은 예산의 20%에 달하는 셈이다.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는 지난 4월 “(북한은)왜 미래를 위해 중요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경제 및 국제사회의 지원 등보다 BDA에 있는 2천400만 달러를 중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전반을 휘청거리게 하는 엄청난 액수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금융제재에 ’맛’을 들인 미국이 앞으로도 같은 방식의 제재를 지속해 나갈 경우 북한 경제전반에 더욱 큰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BDA 은행의 동결조치를 기어이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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