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일단’ 이견 없는 듯
장관급회담 성과 따라 이견 표출될 수도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면담이 9일 진행됐다.

우리 정부가 오는 11∼14일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북한과 대화에 나선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40분 간 이뤄진 이 장관과 힐 차관보의 비공개 면담에서 양측은 각종 현안에서 특별한 이견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힐 차관보가 이 장관과의 면담 전에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만났지만 이 장관이 정부 내에서도 장관급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의미는 다소 달랐다.

특히 미국이 장관급회담 개최 재고를 우리 정부에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실제 힐 차관보가 7일 입국하면서 이와 관련,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밝힘에 따라 한.미 간 미묘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흘러 나왔었다.

그러나 면담에 배석한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장관급회담 개최의 필요성과 의제 등에 대해 설명했고 힐 차관보는 이해를 표시했다.

이 당국자는 “(이 장관이)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복귀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입장과 국제사회 및 미국의 반응을 가감없이 정확하게 북측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사항들을 촉구하겠다고 설명했다”면서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이해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힐 차관보가 (장관급회담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 사람은 6자회담의 필요성과 북한의 조속한 복귀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이 장관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힐 차관보의 노력을 평가하는 등 면담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적으로 장관급회담 개최에 대해 미국이 유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으며 한.미 공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힐 차관보도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 미국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갖고 대응하고 있지만 다른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3자 간에 조율해서 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다를지언정 입장은 같다는 얘기다.

그가 “한국은 대북지원을 검토해 유보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며 북한을 압박하는 한국의 노력을 평가한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교적 수사에 능한 힐이 설사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한국 당국자에게 직접 이를 밝히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일단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향후 남북대화의 성과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즉, 조만간 있을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에 성의있게 대응한다면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에 힘이 실리겠지만 그렇지 않고 미사일 발사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한다면 국내 강경 여론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도 남북대화 무용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