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北미사일 발사 사흘째 무대응 ‘국민에 적극 설명’
부시·고이즈미와 대조 청와대 “전략적 판단… 당분간 계획 없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흘째인 7일에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말은 국민에게 일절 전달되지 않았다.

이날 ‘공공기관 CEO 혁신토론회’를 주재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지만 ‘혁신’ 얘기만 하고 미사일 문제는 꺼내지도 않았다.

‘발사 임박’ 조짐이 구체화된 지난달 19일 이후로 치면 거의 만 19일 동안 한반도발(發) 전 세계적 현안에 대해 말이 없는 셈이다.

지난달 25일 6·25 참전용사 위로연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서도 보듯이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유동적”이라고 지나가듯 한마디 했을 뿐이다.

말만 없는 게 아니라 노 대통령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5일 아침 5시12분 발사 사실을 보고 받고 11시에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6일 오전 7시50분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게 알려진 전부다.

국가 위기시 소집하게 돼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대통령은 말도 행동도 없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하루 후인 6일(한국시각) 한·중·일·러 등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7일에는 CNN 인터뷰를 통해 상황인식과 대처방향에 대한 생각을 전달했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도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견해를 설명했다. 모두 국민들을 향한 설명이었고 국론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노 대통령도 여러 언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2월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 때도 노 대통령은 6일간 침묵했지만 내부적으론 많은 논란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 진 국가 원수로서 적절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측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주석 안보수석은 6일 “이 문제로 인한 안보적 긴장이 국민들께 과장되게 전달되지 않도록 고심한 결과”라고 했다.

서 수석은 “북한의 의도는 문제를 키우는 데 있기 때문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의도를 무력화시켜 나가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을 더 고립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었고 일본은 군비증강의 구실을 얻었다”면서 “한국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한국만 손해이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2004년 11월 “북핵 보유시도도 일리 있다”는 LA 연설, 지난 5월초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는 몽골 발언 등 그동안의 공세적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미련 때문이란 얘기도 있고, 정권의 기본 성격과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측은 7일에도 당분간 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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