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교해법외 다른 옵션’ 발언 파장
금융제재 강화-안보리제재-요격론-선제공격론 대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해법외 다른 옵션들을 갖고 있다”는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다른 옵션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대북 설득에 주력하되 최악의 경우 ’다른 옵션’을 꺼내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엄포용만은 아닌 것 같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 추가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미 압박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 ’다른 옵션’ 발언 배경 =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도발 수위가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펑펑 쏘아댐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 정세에 불안요인을 가중시켜 가고 있다는 게 미국측의 시각이다.

게다가 과거의 평화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외교적 해법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전략적 판단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적 노력에만 집중할 경우 지난 1998년 1차 미사일 발사 당시 구속력 없는 안보리 의장 성명만 끌어냈던 전철만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 출범이후 지난 6년간 북한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통한 금융제재를 해왔는데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미사일 도박’을 저지하는데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고려도 작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속 허용할 경우 북한이 차제에 핵 실험에 나설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했음직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이틀만에 ’외교적 해법’을 넘어서는 옵션을 언급했다는 사실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한 2개월여 전부터 시나리오를 만들어온 게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민들의 강경 여론도 부시의 다양한 선택을 검토하게 만드는요인이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이날 미국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46%가 대북 선제공격을 찬성했고, 반대는 40%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치 및 군사분석가들은 다양한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부시 대통령이 구상하는 추가 조치들은 다단계 로드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북한의 향후 행동 방식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및 한국의 협조 정도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단계별로 높여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5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양측이 동원할 수 있는 ’조치’들을 서로 주고 받은 상태여서 조만간 양측이 제시한 조치들이 구체적 논의단계로 발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시나리오들이 검토될 수 있을까. 우선 대북 교류와 관련한 고강도 제재 조치들이 예상된다. 현행 금융제재 외에 미국이 한국전쟁 이후 단행했던 제재 가운데 완화했던 부분들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해놓고 있는 제재 결의안 초안 내용보다 한층 더 강화된 제재조치도 고려대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1999년 1차 미사일 수출·실험 유예 선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얻어낸 방산물품 수출금지와 수출입은행 보증금지 조치를 미 행정부의 재량권하에서 포괄적으로 완화했으나 이 조치가 동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의 정통한 소식통은 “BDA 금융제재를 훨씬 넘어서는 고강도 금융제재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를 통한 금융제재 등이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방법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 추가발사에 나설 경우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실전 가동, 요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요격시스템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지상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로 격추하고, 대포동 2호 등 장거리 미사일은 알래스카 등에 배치된 11대의 전략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는 것으로 돼있다.

사실 북한의 이번 1차 미사일발사 당시만 해도 미국의 요격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지금 워싱턴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자 사설에서 “북한이 더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대북 선제공격을 옵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격 수준에서 한발 더 나간 셈이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시튼 카터 전 국방차관보도 지난달 공개적으로 ’대북 선제타격론’을 촉구한바 있다.

여기에다 “대포동 2호가 하와이 주변 해역을 조준했다”는 산케이(産經)신문 보도까지 나오자 그간 힘을 받지 못했던 선제공격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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