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기조에 난기류

우리 정부가 북측이 제안한 연락장교 접촉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장관급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연기 결정이 내려져 참여정부의 대북 대화기조에 금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인 5일 오전 잇따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와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장관급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부처 간에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과 외교부 등은 ’미사일을 쏜 북한과 무슨 대화냐. 국제 공조를 맞춰야하지 않느냐’는 강경한 태도로 연기를 주장한 반면, 통일부는 ’이럴 때일수록 대화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며 개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이 5일 오후 늦게 공개한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대화는 끊지 않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개최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일 오후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도 전날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져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연락장교 접촉 제의 거절을 두고서도 부처 간 반응은 엇갈렸다.

국방부에서는 “접촉을 제의해놓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데 대해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평가한 반면, 통일부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연락장교 접촉이 최하위 접촉인데다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번 연기했다 해서 이를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통일부 설명이다.

하지만 연락장교 접촉이 통일부가 희망해 온 장성급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보기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 병행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이 흔들리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북 대화기조 유지 여부는 우선 장관급회담 개최 여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미사일 발사 및 발사 직전 대화를 제의한 북한의 태도로 고조되고 있는 대북 강경 여론에도 불구하고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한다면 화해 협력에 중점을 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흔들림없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장관급회담을 연기하기로 한다면 이는 곧 최소한 일정기간 북한과의 대화 단절을 의미하며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이후 지속돼 온 대북 기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장기간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일본의 강경대응과 맞물려 이번 미사일 문제도 미궁에 빠진 북핵 문제처럼 장기 국면으로 굳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선택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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