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명분쌓기’ 예정된 시나리오 관측
정부 뒤늦게 공개..늑장대응 논란 불가피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 남측에 군사접촉을 하자고 제의한 것은 미사일 발사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증명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7일 북측이 지난 3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장성급군사회담 연락장교(실무자) 접촉을 7일 오전 10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자고 제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북측이 미사일 발사를 이틀 앞두고 이런 제의를 한 배경이 무엇이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발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측이 회담을 제의한 3일은 공교롭게도 우리 정부가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시점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D-데이를 정해놓은 북측이 의도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접촉을 제의한 것이라는 추론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북측이 회담일로 정했던 7일에 실제 접촉이 이뤄졌다면 미사일 발사 자체가 일상적인 군사훈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즉 북측이 3일 군사접촉을 제의하고 5일 미사일 7발을 발사한 뒤 7일 군사접촉에서 이를 해명하겠다는 계산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쳐 6일 ’연기의사’를 통보한 것도 이 같은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방부가 “현 시점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연기 배경을 밝힌데는 이런저런 판단을 모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목전에 두고 접촉을 제의했다는 것 자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장성급회담 목적이 긴장완화를 논의하자는 것인데 (이를 위한 접촉을 제의해 놓고)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적절치않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남측이 철도.도로통행에 따르는 군사적보장합의서 체결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해 놓고있는데 반해 북측이 이를 무시하고 느닷없이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도 ’다른 속내’를 엿보게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북측은 문제를 크게 일으킨 다음 곧바로 이를 누그러뜨리는 행동으로 전환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미사일 발사로 인한 고립상황을 벗어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나리오에 의해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측은 1999년 6월15일 1차 서해교전 당일 유엔사와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한 적이 있다.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교전이 시작됐고 북측 대표는 교전 15분여만에 유엔사측 대표에게 ’교전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 사전에 ’교전계획’을 알고 왔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정부가 북측의 군사접촉 제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배경도 의문이다.

미사일 발사 징후를 감지한 3일께 이 같은 제의가 왔다면 이를 공개하고 역으로 즉시 접촉을 가져 북측 의중을 타진하고 그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접촉과 관련된 발표는 최종 접촉 일자가 합의되고 접촉 개시 직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확정 후에 발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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