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분야 대화를 제의해 놓은 채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북 강경대응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아울러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11∼14일. 부산)을 예정대로 개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던 정부 기류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일 남측에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7일 갖자고 제의해 놓고는 5일 대포동2호를 비롯한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방부는 6일 북측에 접촉을 연기하자는 전화통지문을 보냈고 여기에는 접촉을 제의한 뒤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강한 유감의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 뒤 부처 간에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연기하자는 데 특별한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대화 제의에 우리가 연기를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군사 관련 회담을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연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뒤로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우리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이번 상황은 미사일 발사로 악화된 국내 대북 비난 여론에 더욱 불을 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등한 대북 비난 여론은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부 내에서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통일부가 주도한 “이럴 때일수록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대화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은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한다는 대북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었다.

하지만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이번 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장관급 회담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장관급회담에 대해 아직 ’연기하자’는 요청이 없고 군사분야 대화를 먼저 제의한 점에 비춰 우리만 개최쪽으로 마음을 굳힌다면 북한은 장관급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늦어도 9일까지는 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회담을 연기한다면 남북관계는 장기간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일본의 강경대응과 맞물려 이번 미사일 문제도 미궁에 빠진 북핵 문제처럼 장기 국면으로 굳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김대중 정권 이후 이어져 온 대북 화해협력 기조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예정대로 장관급회담이 열린다해도 걱정이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및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고 우리측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 분명한데 미사일 발사를 ’정상적 군사훈련’으로 규정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관급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다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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