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특사’ 역할…6자회담 재개 방안 모색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러시아 등 4개국 연쇄방문을 통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넘어 6자회담 재개에 이를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중국을 방문 중인 힐 차관보는 이날 밤 한국을 방문, 9일까지 머물며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등과 만난 뒤 일본,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 당국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을 잇달아 방문함으로써 사실상 북한 미사일 특사 역할을 맡게 됐다.

따라서 그의 4개국 순방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 대응방안이 마련되고 6자회담 재개 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힐 차관보는 우선 한·중·일·러 등의 당국자들과 북한 미사일 해법과 관련한 온도차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 주도로 만든 북한 미사일 관련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데서도 보이듯 각국이 생각하는 대응 수위 및 방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힐 차관보는 그런 차이를 좁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힐 차관보는 북한이 끈질기게 요구하는 북미 양자대화와 6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 등 북한 미사일 해법과 관련한 2가지 방안을 놓고 6자회담 참가국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미국으로서는 북한 위협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양자대화에 더욱 냉담한 입장이지만 6자회담 틀안에서의 양자대화는 할 수 있다는 입장.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측 주요 인사들이 5일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만났을때 6자회담의 틀을 활용해 해법을 찾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데서 보듯 미국의 기본 입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야 미사일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그런 미국의 입장과 선(先) 양자대화를 주장하는 북한 입장이 충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

최근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힐 차관보는 한국과 중국 등의 인사들과 만나 비공식 6자회담 안을 비롯,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전제되지 않은 북미 양자대화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비공식 6자회담과 같은 ‘우회로’에 힐 차관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경우 6자회담 재개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의 4개국 순방 의미와 관련, “미사일 문제를 포함, 모든 문제를 종합해결하는 6자회담 재개문제에 대해 비중을 두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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