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독립운동 주도·소설 임꺽정 기려”
괴산 보훈단체 “6·25때 北부수상을…” 반발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1888~1968)가 거주했던 가옥의 문화재 등록 추진을 둘러싸고 보훈단체들이 홍명희의 북한 부수상 경력을 들어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등 충북 괴산지역 3개 보훈단체는 홍명희가 살았던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가옥〈사진〉에 대해 문화재청이 최근 근대문화재 등록을 예고하자 회원 250명의 서명을 담은 반대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홍명희가 6·25 당시 부수상을 지낸 전범(戰犯)이라는 내용을 뺀 채 1919년 괴산 장날 만세시위를 주도하고 소설 임꺽정을 발표했다는 근거만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참전군인, 전몰군경 가족들은 홍명희 우상화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괴산지역에서 6·25를 거친 세대는 홍명희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어 문화재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물리적 행사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1845년 건립돼 일제시대에 홍명희가 거주한 이 집을 지난달 19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공고문을 통해 “홍명희는 1919년 3월 18일 괴산 장날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돼 징역을 산 독립운동가일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조선시대 사대부층의 계급적 우월성을 배격한 소설 ‘임꺽정’을 발표하는 등 식민지 시대에 문학활동을 한 사회운동가이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재청의 입장에 일리가 있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6·25를 거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 독립운동가나 문화예술인의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그 공과(功過)를 편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1996년부터 ‘홍명희 문학제’를 여는 등 벽초의 문학혼을 기리는 데 노력해온 도종환 시인은 “제월리 고가는 감옥에서 나와 외곽으로 이사간 벽초가 임꺽정을 집필했던 장소”라며 “벽초의 문학정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지, 6·25와 관련된 부분이 아무 것도 없는 가옥을 두고 문화재 지정 반대 논리를 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괴산=유태종기자 you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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