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미사일 발사 강행' 어떻게 생각하세요?

‘북한의 어리석음’
◆ 뉴욕타임스 사설

미국인들은 이번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의 실패를 보고 다소 안도할지 모른다. 평양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아직 제대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의 간청을 무시하는 위험스러운 불량국가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해 스스로를 잘못된 곳으로 몰아 넣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따라서 워싱턴은 갑자기 협상 테이블로 돌아감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믿음이 보상을 받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직접적인 군사위협도 아니고, 국제 조약을 어긴 것도 아니다. 때문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군사적 대응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신 사려 깊은 방식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외교적 노력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될 것이다.

‘왜들 신경과민일까’

◆ 더 타임스 칼럼

미국의 정찰 위성이 대포동 2호를 발견한 지 7주가 지났고, 이후에도 발사 조짐은 계속 포착돼 왔다. 이번 발사가 물리적인 피해를 야기한 것도 아니고, 주권 국가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허용하는 국제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발사로 국제사회는 충격과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가 내놓을 대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막강한 장사정포를 감안하면, 일단 군사작전은 아예 논외로 해야 한다. 미국·일본을 주축으로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안(案)이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북한 경제는 이미 수년 전 붕괴해버려 경제 제재안이 마련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상봉쇄 등을 시도해도 중국의 반대로 무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초래한 (국제사회의) 낭패감을 설명해준다. 미사일 발사 자체가 위협이었다는 게 아니라, 아무도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 말이다.

‘벼랑끝 외교’

◆ 르몽드 칼럼

평양 정권이 지금 막 실행해 보인 미사일 ‘불꽃놀이’로 인해 북한은 국제사회 블랙리스트의 요주의 대상으로 더욱 지목 받을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정권의 절망의 몸부림인가? 힘의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회복해 보려고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것인가?

지금까지 평양은 자신들이 세간의 평보다 좀 더 예측이 가능한 정권이며, 손에 쥔 얼마 안 되는 카드를 비교적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걸 입증해 보였는데 미사일 발사는 ‘벼랑 끝 외교’의 또 다른 표출이다.

평양은 지금이 새로운 전선 또는 적어도 교란 작전을 쓰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워싱턴은 이라크 전쟁으로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인 데다 이란과의 힘겨루기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양의 미사일 발사는 베이징뿐 아니라 서울에도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타협적 정책을 반대하는 진영의 논거에 힘이 실리고 있고, 특히 곧 실용화될 미사일 방어 체제 부문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끔찍한 신호’

◆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사설

정치적으로 김정일은 끔찍한 신호를 이 지역에 보냈다. 그는 확실히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도발로 몇 안 되는 자신의 친구들 숫자를 더욱 줄여 놓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정권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고 있지 않지만, 양국 정부는 이 지역의 안정이 북한의 무모한 태도로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김정일은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그로 하여금 기존의 대북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만들었다.

또 그는 미국정부와의 직접협상이라는 자신의 소망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6자 회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충분치 못한 미사일보다는 바로 이 점에 북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으로는 위협적이지 않다. 김정일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모한 행동에 항의한다’

◆ 아사히신문 사설

핵포기를 둘러싼 6자회담이 정체된 가운데, 미국 등은 북한에 금융과 인권으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납치문제로 압력을 강화하고, 의지하고 있던 중국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사일이라는 협박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겠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협조를 솔선해서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미사일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도 편히 있을 수는 없다. 한·중·일의 정치지도자는 우선순위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리=이용수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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