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가 북한이 5일 새벽 3시32분 첫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새벽 4시였다. 한국 대통령은 새벽 5시에 첫 보고를 받았다.

일본에선 새벽 5시에 관계장관 긴급대책회의가 召集소집됐고, 한국에서 같은 회의가 열린 것은 두 시간 뒤인 오전 7시였다. 일본에선 총리主宰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가 7시30분에 열렸고 한국에서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오전 11시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초기 대응부터 일본 정부보다 1시간 늦었다. 그리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졌다. 국가 최고지도자 주재로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한 시점은 한국이 일본보다 세시간 반이나 늦었다.

정부는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더뎠던 이유에 대해 “노동·스커드 미사일 발사는 대통령 보고사항이 아니라서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여부는 지난달 말부터 미국 대통령이 각국 정상 10여 명과 직접 통화하며 상의할 만큼 세계적으로 緊迫긴박한 懸案현안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긴 쐈는데 그것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대포동이 아니라 그보다 사정거리가 짧은 노동·스커드라서 대통령을 깨우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대포동 미사일의 射程사정은 미국까지 이르고, 노동미사일은 일본까지 미치며, 스커드 미사일은 바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미국을 표적으로 한 미사일이 발사될 때만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북한은 미사일 발사 전에 북한 선박에 대해 미사일 彈着탄착 海域해역에 북한선박출입을 금지했다. 정부가 만일 이런 사실을 사전에 입수하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이것 역시 最惡최악의 직무유기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이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도와야 할 방송의 對應대응 역시 韓日한일 양국이 대조적이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미사일 발사소식을 처음 보도한 시점은 4시29분이었다.

한국에선 민영방송인 SBS가 4시59분으로 제일 빨랐고, 공영방송인 MBC는 5시6분, KBS는 5시27분이었다. 아무리 요즘 들어 정신이 딴 데 팔린 KBS라지만 국가기간방송의 태도가 이럴 수는 없다.

만일 사정을 모르는 외국 사람이 한·일 양국 정부, 그리고 양국 방송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대하는 태도를 지켜봤다면 어땠을까. 아마 일본을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00만 군사가 대치하고 있는 당사국으로, 한국을 바다 건너 불구경하는 처지로 착각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지경이니 국민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 국민들은 “미사일이 언제 머리 위로 떨어질지 알 수 없으니 아찔하다”는데 우리 국민들은 담담하기만 하다. 담담한 게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게 정확할지 모른다.

북한은 절대 남쪽엔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민족끼리’ 共助공조를 외쳐 온 이 정부의 정신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서인가. 그도 아니면 어찌해 볼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 때문인가.

자기 安危안위에 대해 이처럼 무심한 정부, 무심한 국민은 세상 천지에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지 24시간이 넘도록 한마디 말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국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의 진짜 걱정거리가 정부와 국민이 제 일을 남의 일 보듯 하는 안보 不感症불감증인데도 말이다. 나라에 구멍이 뚫려도 단단히 뚫렸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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