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갈루치 前 미국 核대사 인터뷰
美의 관심 끌려는 속셈
美 강경파 입지만 강화
미사일보다 核 더 위협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장(전 미국 핵대사)은 6일 “북한 미사일 발사는 한미동맹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미북 제네바 합의를 이뤄낸 주역이었던 갈루치 학장은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 7발을 발사한 5일 서울에 도착했다.

―북한 미사일이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판단하는가.

“미사일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지금은 ‘대포동 2호’가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지지만, 정말 더 큰 위협은 북한이 계속 양을 늘려가는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직접적 안보위협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능력은 위협적이다.”


◇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장은“북한미사일 발사 사건은 한미동맹관계를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라며,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인원기자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건이다.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 사건으로 미국 내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됐다. 미국은 이 사건을 진전 없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미국은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나 북한규탄 결의안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대북 경협과 지원 등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천천히 풀어가고 싶어했던 한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순히 미사일 실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려고 벌이는 정치적 사건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본다.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미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분위기다.

“미국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주의를 끌고 싶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단치 않은 일이라는 식으로 일부러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대응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유엔안보리에서 다뤄야 할 정도로 위협적인 사건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부시 대통령은 계속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데.

“미 국무부 협상교본의 원칙 중 ‘내 머리에 권총을 들이댄 사람과는 협상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당장 북한을 상대로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약한 수준의 제재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더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이 문제도 한국과 중국의 참여가 관건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안보에 대한 불안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 핵이 한국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에 호의적이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핵은 미국을 억지하기 위한 수단이지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기 위한 전술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양국 다 국내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대북강경책을 꺼리고, 부시 행정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작년 6자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위폐사건으로 유명무실해졌는데, 9·19 성명을 기반으로 진전을 시도해야 한다. 핵문제 우선 해결을 위해 위폐사건 등 다른 문제는 잠시 접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강인선기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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