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술결함”… 당장 재발사 힘들듯
선진국도 자주 실패, 수준 낮게볼 순 없어


북한이 5일 발사한 대포동 2호가 42초간 정상 비행한 뒤 6분여간 궤도이탈을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궤도이탈하면 위험하지 않은지, 왜 추락했는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궤도이탈 불구 공중폭파 못한 듯

군 고위관계자는 “대포동 2호가 궤도를 이탈, 타원형 궤적으로 추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통 미사일이나 로켓을 시험발사할 때 계획된 궤도를 이탈할 경우 사고를 우려, 발사기지에서 무선 지령으로 공중 폭파하거나 액체연료 밸브를 잠가 엔진 가동을 멈추게 한다.

특히 대포동 2호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항해금지수역을 벗어나 일본 홋카이도 서쪽 500~600㎞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항해하는 민간 선박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대포동 2호의 1단 로켓이 총 1분20초 가량 연소한 뒤에야 2단계 로켓이 점화되는데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발사 후 초당 7㎞의 속력으로 1분 정도 비행을 해야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추력(推力)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궤도 이탈 후 6분여를 날았다는 데 의문을 표시했다. 한 로켓 전문가는 “발사 후 42초 만에 궤도를 벗어나 관성으로 날았다면 그렇게 멀리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또는 유도장치 결함 가능성

국정원은 6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궤도이탈 원인을 세 가지로 추정했다. 첫째가 불완전 연소로 인한 진동 충격. 엔진 연소가 불안정해져 급격히 흔들리며 폭발하는 경우다. 둘째는 연소실 내부 균열 등 결함. 진동실험의 기준치를 벗어나 연소실이 깨지는 경우다. 셋째는 추진제 공급장치 누설인데, 엔진 연결장치 등이 느슨해졌을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추진 로켓상의 문제 외에 미사일을 유도하는 관성항법장치(INS) 이상도 원인일 수 있다”고 했고, 안보 연구소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소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정거리를 늘리려 무게를 가볍게 하려다 몸체가 취약해진 나머지 외압을 견디지 못해 추락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 미사일 능력 상당 수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도 신형 미사일이나 로켓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도 H-2 로켓 발사에 여러 차례 실패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포동 2호 발사에 실패했다고 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을 결코 낮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8년 전인 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는 이미 1600여㎞를 날아갔다는 점에서 그 후 상당한 기술력의 신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대포동 2호를 다시 쏠 수 있을까. 국정원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기술적 결함을 규명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쉽게 재발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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